[잡담] 보리밥 냄새

2020. 8. 1.요리와 외식

지금은 나이먹은 사람들이 별미로 보리밥을 찾지만, 한때는 보리밥을 먹고 자란 중장년이 보리밥은 쳐다도 안보는 게 TV 드라마 끌리셰였던 적도 있었다. 요즘 늘보리 1㎏을 사서 밥에 조금씩 섞어 먹고 있는데 그 이유가 짐작 가는 것이 있다.

보리밥이 조금 잘못되거나 밥이 식으면 보리밥에서 희미하게 역한 냄새가 난다. 아마 냉장고와 전기밥솥이 귀하던 옛날에는 이런 냄새가 나는 보리밥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억지로 먹고 자라야 했던 사람들은 냄새만 맡아도 몸서리칠 정도로 싫어하게 되었을 것이다.

보리밥과 함께 먹는 경우가 많은 강된장이나 고추장도 보리밥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택된 메뉴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아마 보리의 품종 차이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까 비슷한 내용의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아마 예전의 꽁보리밥을 그대로 재현해서 내놓으면 맛있다고 먹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중략) 그 꽁보리밥들은 대체로 먹기가 고약했다.

우선 색깔이 거무튀튀하고 미약하지만 꽁보리밥 특유의 냄새가 났다. 칙칙한 색과 재봉틀 기름 같은 냄새가 식감을 떨어트렸다. 게다가 보리알이 입 안에서 미끄덩거리며 씹히지 않았다. 어린 애들이 꽁보리밥을 먹고 변을 보면 보리알 형태가 그대로 나오곤 했다.

그래서 대개는 마치 고기를 숙성시키듯 보리밥을 한 번 초벌로 삶아놨다가 밥을 짓곤 했다. 초벌 꽁보리밥을 베보자기에 싸, 쥐가 덤비지 못하게 뚜껑 달린 튼실한 싸리바구니에 담았다. 더운 여름엔 금방 쉬기 때문에 그걸 바람 잘 통하는 시렁에 얹어두고 조석으로 밥할 때마다 덜어내 썼다.

이정훈(월간외식경영 기자), 꽁당보리밥(조선닷컴 2016년 8월 12일)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지만 그걸 정확하게 글로 남겨두는 사람은 찾기 힘든 거 같다. 옛날 경험한다면서 보리밥 먹는 행사 같은 것도 원래 먹었던 음식과는 차이가 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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