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검찰개혁 시위가 언론과 정당에 미친 영향

2019.10.01정치와 사회

2019년 9월 28일 토요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개국본(대표 이종원) 주최 제7차 검찰개혁 시위가 있었는데, 시위 자체는 흔한(?) 촛불시위였던 거 같은데 언론과 정당 반응이 심상치 않은 면이 있다. 국면 전환이 일어난 거 같다.

(1) 조선일보 헤드라인의 모호함

9월 30일자 조선일보 헤드라인 ‘집권세력이 ‘거리 정치’로 법치 위협’

이 헤드라인이 나온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 시위가 분류하자면 친정부 시위이기 때문에, 자유당에서 ‘관제데모’라고 공격한 부분에서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관제데모’라는 말 자체가 자유당의 과거를 상기시키는 면이 있고 확인하기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에 이 맥락을 다른 말로 풀어서 쓴 것 아닌가 싶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화제가 되는 정치 사안에 대해서 어떤 해석이나 지향없이 받아쓰기로 기사를 쓰고 그것을 헤드라인으로 만드는 일이 흔하지 않은 일이다.

관련 기사들의 방향성도 평소처럼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는 면이 있다. TV조선이 조선일보에 역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 예전에는 사람들을 들썩이게 만들던 ‘나치’나 ‘홍위병’ 같은 말들도 지금은 식상한 표현으로 느껴진다.

(2) MBC의 배신

MBC에서 이례적으로 시위에 긍정적인 보도를 했다. 이것은 그간 JTBC의 검찰개혁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와 대조되었으며, 최근 MBC 뉴스데스크가 JTBC 뉴스룸 시청률을 앞지른 것과 관련이 있을 거 같다.

시위현장에서도 SBS, TV조선 등은 취재거부를 당했으며, 반대로 MBC의 드론 촬영 등은 환영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3) 한기총과 자유당의 공동 집회

10월 3일 한기총이 자유당과의 대규모 집회를 위해 회원교회를 동원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계획되어 있던 행사이긴 하겠지만 9월 28일 시위에 대항해 참여자를 대규모로 동원하기 위해 급조하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정당과 종교단체의 결합은 누구나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당사자들도 알지만 이러한 기획을 하는 것은 그만큼 여론을 의식한다는 뜻일 것이다.

한편 같은 장소에서 집회가 예정되어 있던 시군구 기독교연합의 ‘기도의 날’ 집회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기자회견으로 빠르게 대응했다.

(4) 민노총과 정의당의 부재

민노총과 정의당은 대규모 시위에서 본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을 자처하고 항상 지분을 요구하는 태도를 취해왔는데, 현 검찰개혁 시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민노총은 노조라는 지위상 현재의 정치 대립 구도에 뛰어들 명분을 찾기 어려운 점도 있을 거 같다.

정의당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야당 편을 들어 정부를 공격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9월 30일의 급작스러운 상무위원회 회의는 오히려 손바닥을 뒤집어 신뢰를 떨어뜨린다.

이 단체들은 십수년 정치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단순히 대통령만 공격하면 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검찰을 직접 상대한다는 국민들의 발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간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면 막연히 주최 세력인것처럼 연관지어서 생각되던 과거 운동권 세력이 국민들이 주최하는 시위에서 완전히 구분되는 계기가 된 거 같은 느낌도 든다.

이유는?

대규모 단체 동원 없이도 추산 인원만 150~200만인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언론이나 정당들은 구체적인 배후 세력을 지목하지 못해서 적당히 둘러칠 말을 못찾고 있는거 아닌가 싶다. 사실 민의(民意) 말고는 다른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것이 시위의 본질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4·19나 6·10 같은 경우도 자신들이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힘은 미미했다. 현재 홍콩에서 이루어지는 시위 역시 특정 세력이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보도를 일절하지 않던 언론이나 얼굴조차 내밀지 않던 정당들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어쩌면 단순히 지지하는 사람이 많으면 전략을 바꾸는 것이 언론이나 정당의 속성일 수도 있다.

검찰개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검찰개혁과 관련된 정치사안은 결과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소수 엘리트에 의해서 운영되는 사법체제와 다수 국민과의 갈등은 100년, 200년이 갈 수도 있다. 사법개혁안이 몇가지 시행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초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기존 단체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정치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섭다. 언론과 기존 단체들 역시 이에 대응해서 변화할 것이며, 국민들 스스로 정치의 주체라는 점을 더 명확히 인식하게 될 것이다.

아마 사법체제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사회의 비판이 필요할 것이다. 방향 설정은 이런 과정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삼권분립이라는 서구의 발명품을 앞으로도 계속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게 될 수도 있다.

기타

이 시위의 특이한 점은, 현재 검찰이 정부에 대해서 반항하는 위치이고, 경찰 역시 검찰과 약간의 경쟁관계인 시점이기 때문에 경찰이 적극적인 시위 진압을 하기 애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서울시장 역시 검사를 그만두고 나온 사람인 데다가 집회를 막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반면 자유당 소속의 서초구청장은 이 시위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렇게 분권화된 모습이 현대 정치의 적당한 상황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