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를 주인공으로 본 논어 — 김시천의 『논어, 학자들의 수다』(2016)

2019.07.11한문과 중국고전/논어와 공자

이 책은 논어를 제자 중심의 대화로 해석한다. 논어에서 제자의 대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55%라고 한다. 그러나 그 해석이 너무 1차원적인 감정 싸움이다. 예를 들어 논어 5.8의 해석은 아래와 같다.

언급한 대로 자공은 상인 가문 출신으로 자부심이 크고 능력이 출중했는데, 특히 말을 잘해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스승인 공자도 자공을 대접하는 분위기였어요. 자공은 어깨에 힘이 들어갔겠죠. 그런데 그런 자공이 보기에 공자가 안회를 몹시 아끼는게 의아했을 거에요.

나는 그래서 공자가 그 분위기를 정리하고자 “네가 안회보다 낫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질문을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눈치 빠른 자공은 자신이 안회만 못하다고 대답한 거고요. 공자의 맞장구는 자공을 위로해 주는 겁니다. ‘내 의도를 네가 파악했으니 나도 너의 기분을 맞춰주겠다.’는 의미로, 공자는 자신도 안회보다 못하다며 자공과 자기를 같은 수준으로 언급합니다. (145~146쪽)

정리하면 ‘선생님은 왜 안회만 이뻐해요? / 너 안회보다 수학 잘해? / 아뇨 / 실은 나도 못하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자 잉? 참, 지난번에 말한 대학 추천서 써놨으니까 이따가 교무실에서 가져가라. 어머님은 안녕하시지?’ 정도의 대화?

해석이 대체적으로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 공자가 제자의 눈치를 보고, 제자들을 달래기 위해서 한 말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인간관계에 대한 편견이라도 가지고 있는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賢賢易色’(1.7)도 ‘당신이 정말 존경하는 사람을 대할 때, 그 존경심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일단 낯빛부터 고쳐라’(295쪽)로 해석한다. 즉 외양을 꾸미는 처세술이다.(그런데 낯빛이 마음대로 조절이 가능한건지 잘 모르겠다.)

또 제자들 간에도 서로 갈등을 하는데, 그 주요한 원인을 나이차라고 본다. 당장에 자로도 공자에게 대드는데, 나이가 중요하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아니면 나이가 제일 많아서 대장이라서 그럴 수 있었던 걸까?

이와 반대로 자신의 근거를 가지고 공자와 토론이 가능한 재아(9장)와 염구(10장)가 상당한 실력자이며, 공자와 대치되거나 공자가 아직 모르는 당시의 철학 이론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그려진다.

논어는 눈치를 눈치로 덮는 화술 모음이었을까? 이렇게 읽어도 재밌긴 할 거다. 실제로 이런 화법을 배우라고 농담처럼 말하던 유명한 선생님들도 있었다. 하지만 철학자의 입에서 듣기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기타

  • 제목 ‘학자들의 수다’는 공자와 제자의 대화라는 뜻도 되지만, 2014년부터 저자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이름이기도 하다.
  • 논어가 512장이라고 설명했는데 어느 책 기준인지 모르겠다. 머리말에서는 논어집주 얘기가 나와서 세어봤더니 499장이었다. 그래서 사실 장절번호가 명확하지가 않다. 물론 논어에서 숫자 몰라서 내용을 못찾는 일은 없겠지만 살짝 아쉽다.
  • 공자의 제자를 입문 시기에 따라 1기, 2기, 3기로 나누었는데, 『집 잃은 개』(喪家狗, 2007)를 보니 이와 동일한 방법으로 분류를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3기4그룹으로 나누고 4그룹에는 정확한 입문 시기를 알 수 없는 제자들을 배치했다. 아마 이 분류를 참고한 것 아닌가 싶다. 순서없이 제자를 중심으로 논어를 읽겠다는 것도 『집 잃은 개』에서 제시한 아이디어이다.
  • 공자가 ‘사제 모델’이라는 ‘새로운 인적 관계’를 창조했다고 주장한다.(49~52쪽)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논어에서 보여주는 공자와 제자들 사이의 관계 같은 사제 관계가 우리 역사에 있었던가? 오히려 중국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친밀한 관계, 사‘父’와 제‘子’의 관계가 더 우선한다고 생각한다. 공자 역시 부자 관계를 우선했고 사제 관계 자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 책에서 이어지는 조선의 사대부와 왕이 사제 관계였을 거라는 주장도 근거가 희박하다. 이것은 오히려 같은 공자의 법도를 따르는 사람들끼리의 토론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석가모니도 법과, 법을 전하는 장로를 따르라고 했지 남은 사람 중에서 스승을 삼으라고 하지 않았다.
  • 『장자』의 저자들이 공자 제자의 일파라는 주장. 이 내용은 저자의 다른 책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2013)를 읽어야 할 거 같다.

책 디자인

  • 이 책에 사진이나 이미지가 거의 없다. 대중적인 내용에 비해 표지 디자인은 것은 너무 눈에 안 띄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강연하는 모습이나 팟캐스트 녹음하는 사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