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2)

2019. 6. 21.

개요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검찰의 힘이 압도하고 있다. 이미 오래된 현상이다. (책의 첫문장, 27쪽)

2012년 대선을 한 해 앞두고서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회장의 대선출마가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이 책은, 노무현 정권 당시 검찰개혁 경과(2부, 3부, 4부1장)와 개혁의 방향(1부, 4부3장)을 담고 있다. 4부2장은 이 책이 출간된 당시 이명박 정권의 검찰 상황이다. 이론과 역사를 다루는 1부는 대학 교수인 김인회가 쓴 듯 하나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최근 진행되는 검찰개혁 관련 이슈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고자 읽게 되었다.

배경과 개혁방향

법치주의 때문에 검찰이 통치의 핵심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여기서 더 나아가 검찰이 경찰을 수하에 둔다. 정치권력이 검찰을 장악하면 사실상 권력기구를 전면 장악하는 셈이 된다. (27~28쪽)

검찰 출신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전직 검사에 지나지 않았다. (30쪽, 이상 1부1장1절)

검찰은 자신의 수사가 경찰보다 우수하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최고 수사기관으로서 수사를 지배하는 것이다. (31쪽)

검찰의 경찰 통제는 원래 경찰의 인권 침해에 대한 대책으로 의도되었다. 경찰의 문제를 검찰의 통제로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경찰의 문제는 분명히 존재한다. 검찰보다 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그 해결 방법으로 검찰의 통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인권 침해에 대한 대응은 원칙적으로 피의자의 방어권을 강화하고 변호인을 확출해 해결해야 한다. 또 경찰의 자체 감찰 기능을 강화하든지 재판기관인 법원의 견제 기능을 강화해 해결했어야 했다. 검찰이 기소 기능을 가지고 경찰의 수사를 견제, 감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권마저 갖고 있으면서 경찰을 전면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문제이다.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되어 검찰을 통제할 방법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31쪽)

한국에서 수사를 지배하는 자는 재판까지 지배한다. 현재 한국의 형사사건의 유죄율은 99%이고, 서류재판인 약식명령을 제외한 정식 재판사건에서도 유죄율은 97% 이상이다. 형사재판은 아직까지도 수사결과를 확인하는 절차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기 때문에 수사를 지배하는 자는 재판도 지배한다. 여기에 더해 재판의 집행도 검사가 담당하고 있다. 결국 검사는 형사절차 전반을 지배하는 것이다. 검사 중심 형사사법 시스템이다. (32쪽, 이상 2절)

현재의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단순한 경찰의 권한 확대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의 견제와 경찰의 독립과 관련된 문제라고 이해하는게 좋을 거 같다. 실제로 이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경찰의 통제권과 무능함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공수처 역시 검사 수사를 위한 특수 기구의 성격도 강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변호인을 늘려 이를 통해 피의자·피고인의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부분도 오래전부터 논의된 내용이고, 이미 그러한 방향으로 정책이 집행되고 있지만 그 진행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 역시 계속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참여정부의 검찰개혁 실패이유

이러한 논의는 이미 노무현 정권에서 논의된 내용이었다.(4부1장2절)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 위원회는 검찰의 권한 분산 과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검찰 권한 분산이라는 개혁 과제는 고비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 두 과제에 대해 인수위는 부정부패의 추방, 검찰개혁의 과제로 제시하고 있지만 검찰개혁의 중추, 즉 검찰 권한의 견제와 감시 시스템으로서의 성격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지는 않았다.(4절, 369쪽) 그리고 이런 인식은 시민사회에서도 동일했다. 검찰이 그래도 가장 능력 있고 청렴하며 공정하고 친인권적이라는 믿음(4절, 371쪽)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행정의 로드맵 부재(4부1장5절), 구체적인 인식의 부족(6절), 정당과 행정부의 소통 부족(7절), 당정협의가 없었다.(8절) 이를 추진하 조직(9절)과 홍보(10절)도 없었다. 검찰개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11절)

역사

저자는 이런 법체제를 일제때 국가-검찰-경찰로 이어지는 전체주의 체제에서 적은 인원으로 많은 조선인들을 탄압하기 위한 방법으로 본다. 일제때 경찰은 3개월 이하 판결권도 있었고 태형을 할 권리도 있었기 때문에 조선 민중들이 경찰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되었다.(1부2장1절) 현재에도 경찰의 권리 확대를 두려워하는 국민들의 의식 기반에는 이러한 경험이 잠재되어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검찰의 권력이 전두환 정권부터 강화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검찰의 영장신청권은 5.16 직후 5차 헌법부터 규정되고 유신 이후 형사소송법과 국가보안법이 검찰의 수사권한 확대와 재정신청 축소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검찰의 역사는 군부독재 시기와 그 이후의 시기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게 진행되었다. 그것은 수사와 재판의 지배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곧 검찰의 바람직한 모습이 과거에 존재한 적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1부2장8절, 55쪽)

이런 관점은 일제의 사법지배체제를 현대에까지 검찰이 지속적으로 구현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민족주의적 관점이 놓치는 부분도 과거에 있어왔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은 조심해서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작용한 내부적인 기제가 다를 수도 있다.

준사법기관론 비판

내가 법을 잘 몰라서 그런지 이 부분은 다시 읽어보고 정리하고 싶다. 기본적인 골격은 행정부에 속한 검찰이 사법부의 독립성과 특혜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1부3장2절) 또한 중립유지 등의 의무도 모든 공무원이 동일하게 갖는 의무이므로 행정부에 속한 검찰을 특별대우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3절) 두번째로는 검찰이 재판을 장악하므로 피의자·피고인이 공평한 재판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4절)

이부분의 논리가 약간 소략한 면이 있다. 일반인을 위한 책이어서 그런것인지 법계(?)에서는 이정도 기술로 서로 인정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법률 교과서들의 논리 전개가 짧게 요약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던 거 같다. 그리고 어떤 이론이 세워진다고 해서 그게 현실 정치 개혁과 얼마만큼 관계를 가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검사의 위치도 묘한 면이 있다. 피의자·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는 제출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물론 현 상황에서는 검사가 주도적인 위치에 있으므로 모든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검찰의 객관의무가 유래한 독일에서는 애초에 “형사절차에 관여하는 모든 국가기관은 객관의무가 있다”는 규정이 북부 독일 연방의 형사소송법 초안으로 제안된 적이 있다. 이 규정은 법원조직법 규정과 동일했다. 객관의무가 검찰만의 의무가 아니었던 것이다. 형사절차 관여 국가기관의 객관의무는 제국 형사소송법 입법 과정에서 입법화 되지 못했다. 당연한 규정이기 때문이다. “검사는 세계에서 가장 객관적인 조직”이라는 유명한 말도 프로이센의 검사 후고 이젠빌*이 한 말이다. 희망과 이상일 뿐 현실은 아니다. (59~60쪽)

독일에서는 객관의무 때문에 검사들이 수사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한다. 즉, 검사가 수사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공평하고 선입견 없는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60쪽, 이상 1부3장3절)

* Hugo Isenbiel, „objektivste Behörde der Welt“(1900)

검찰이 말하는 ‘중립’, ‘인권’ 같은 말들이 행동 방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속성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고서 알게 되었다.

검사와의 대화

2부3장에는 당시에 화제가 되었던 ‘검사와의 대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가 궁금해 할만한 뒷이야기 같은 것은 없다. 다른 이야기도 비슷하다. 이런 쪽으로 서비스 정신이 좀 약한 것 같다. 아니면 저자들은 이렇게 객관적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북콘서트

이 책 출간(출간일 11월 23일) 후에 『운명』, 『1219 시작이 끝이다』와 마찬가지로 북콘서트가 있었다. 몇 달 전 『운명』 북콘서트를 함께 했던 탁현민, 양정철(사회), 한명숙, 김상곤, 정연주, 정봉주, 김종익(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조국(2부 사회), 문재인, 김인회, 김선수(변호사) 등이 출연하였다.

감상

2013년 말에 발간한 『1219 시작이 끝이다』에서 제시한 정책이 현재 높은 수준으로 실행되고 있다는 점으로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는 그야말로 급선무이며, 그 누구보다도 확고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 책이 본인의 이름으로 낸 첫번째 책과 마찬가지이기도 하다. 다만 대통령의 입장으로서는 과거 재야 변호사 시절과 접근이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검찰개혁은 참여정부의 개혁을 이어가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1219 시작이 끝이다』에서도 이전 정부들의 정책과 성과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려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이전 정부에는 민주당 이외의 정부도 포함되며, 이것이 정책의 명분을 더욱 강화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 같다.

언론에서 정치 얘기를 매일 하지만, 정책의 배경과 방향성, 과거와의 연속성을 교육시켜주는 것은 아닌 흥미 위주이기 때문에 이런 책을 읽어서 지식을 얻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정치인이 쓰는 뻔한 홍보물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구체성을 담아서 쓴다면 나중에 읽어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정치책들보다 많은 정보를 주고 명확한 주장을 제시하나, 이 책이 과연 어떤 목적으로 쓰였고 기획되었는지 조금 모호하다. 역사를 세밀하게 기록한 것도 아니고, 국민들을 설득하기엔 재미가 없고 논리가 소략하다. 정치인들이 앞으로 더 좋은 책을 써 주면 좋겠다.

* 그리고 이 책이 출판된 이후에 우리는 새로운 문제점을 알게 되었는데, 사법부 자체의 문제이다. 저자들은 이점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행정부의 관점이라서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인가? 그러고보면 이 책 자체가 저자들이 소속되어 있던 대통령비서실의 행정부 관점에서 쓴 것 같다. 사법부 이야기도 나올법 한데 책에서 언급되지 않는다.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을까? 혹은 판사를 언급한다는 건 저자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인 것일까? 그러나 떼어놓을 수 없는 주제가 빠져있다는 느낌이 든다.

*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체계를 구성하는 여러 기관들이 있다. 각 기관들이 제대로 동작한다손 치더라도,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는 그 기관들은 갑자기 도입되었고 우리는 사용법을 훈련받지 못하였다.

다음에 읽을 책

읽는 김에 『대한민국이 묻는다』까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