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전현우의 사암침법 강좌

2019.06.12건강과 의학/한의학

요즘 전현우 사암침자요법학회 회장의 동영상을 자주 본다.

다른 한의학 관련 강좌들은 공개된 동영상들이 홍보용 맛보기 정도인데, 이분은 2014년 8월부터 팟빵에, 2018년 1월부터는 유튜브와 동시에 거의 하루에 1개 분량을 올리기 때문에 자주 보게 된다.

2019년 6월 12일 현재 에피소드 수가 1339개인데, 오디오 버전을 분리한 것이나 교재를 업로드 한 것 때문에 실제 에피소드 수는 조금 적다. 초기에는 강의형식으로 1시간 가까이 올리다가, 유튜브에는 20분 정도로 잘라서 올리고 있다.

초기에는 일반적인 팟캐스트처럼 자리에 앉아서 글을 읽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요즘은 시골에 스튜디오를 하나 만들어서 화려하게 시청각 강의를 한다. 방송시간을 짧게 한 것도 기술적인 편의도 있겠지만 짧게 해야 동영상 강의를 사람들이 집중해서 본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강의 기술도 상당한 발전을 한 거 같다. 표정이 초기에는 상당히 근엄한 얼굴인데, 지금은 연예인 미소를 강의 내내 유지한다.

나는 지금까지 순서없이 50강 정도 본 거 같다. 1000개가 넘기 때문에 5%도 안된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갔는데, 자꾸 보다보니 이분의 주장을 조금 이해하게 된 거 같다. 인간관계도 그렇지만 강의도 요점이 모호해도 오랜시간 다양하게 계속 듣다 보면 상대를 이해하게 되는 것 비슷한 거 같다.

이분이 공개 강의를 하는 내용의 요점은 내가 지금까지 본 것으로는 이렇다:

1. 환자들은 보통 서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자기 병이 무엇인지를 잘 안다. 서양의학으로 치료가 잘 되지 않을때 동의사를 찾게 된다. 그래서 사실 아마추어들이 진단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상대의 말을 잘 듣고 문진(聞診)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이점은 이분뿐만 아니라 민간요법을 하는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향인 거 같다. 과학적 검진 장비의 효용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한의학계의 장비 사용 요구도 같은 맥락인 거 같다.(내 생각엔 언젠가는 엑스레이 촬영 같은 업무가 독립해서 영업을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이런 권리가 너무 의사에게 편중되어 있다.)

사암도인 침구요결에는 특정한 진단법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래서 사암침법에 대한 논란 중에 하나가 진단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맥진과 결합해야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현우의 입장은 맥진을 중시하지 않고, 이것이 사암침법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2. 물론 치료자가 환자가 말한 것 이상의 정보들을 캐치해야 한다. 즉 망진(望診), 문진(問診), 절진(切診)을 해야 하는데, 이부분은 이 강좌의 약점인 거 같다. 왜냐면 기본적인 몇몇 요령들은 외워서 하면 되겠지만, 한의학에서 이런 진단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한의학 이론과 전해지는 주요 요령들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본 이론도 오행과 육기를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설명이 쉽지 않다. 이외에도 사지의 움직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선 운동·기능 해부학적 지식도 필요하고, 서양의학에서 널리 알려진 진단방법(예를들면 복부 타진이나 촉진 등)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 강좌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교육하기 어렵기 때문에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진찰하기 위한 주요 요령들을 본인의 책 『(실사구시) 사암침의학』(2016)에 정리한 것 같다. 이 공개강의가 이 책에 대한 보론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책에 적혀있는 세세한 요령들을 모두 나열하지는 않기 때문에 강의만 봐서는 적용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3. 강의의 대부분은 서양의학의 생리학적 지식 설명에 치중되어 있다. 이부분이 강의를 처음 들을 때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졌던 부분인데, 일단은 왜 이것을 설명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리고 전달하는 지식의 수준이 상식과 전문지식 사이의 중간 애매한 부분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수준의 지식은 민간요법을 교육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겠으나, 그것이외에 다른 것들을 더 언급하긴 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민간요법 연구자들이 맥락없이 서양과학에서 최신유행하는 개념들을 무분별하게 언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서양의학의 해부학적 지식을 한의학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이론적, 과학적 틀이 아직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관계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로써는 매우 답답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게 자꾸 강의를 듣다보니 왜 이 생리학들을 강조하는지 이해가 조금씩 가는 느낌이다. 즉 전현우가 생각하는 사암침법이라는 것은 이 서양의학적 생리체계를 침으로 조절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신경 자극에 대한 침술 이론들이 어느정도 알려져있는 상태인데, 전현우는 이것보다 더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암침법이라고 보는 것 같다.

다른 요법들, 대표적으로는 중국 침술(TCM)의 경우는 신경의 일부만 자극하거나 과학적으로 증명된 통증 완화 효과 등이 주된 기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떻게보면 공개적으로 알려진 침술에 대한 관점 중에 상당히 극단적이고(?) 프로그레시브한(?) 믿음이라고 볼 수 있다. 생리학 체계를 침으로 모두 제어할 수 있다니!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것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사임침법이라니! 여기에 그의 자부심과 민족의식이 기반하는 거 같다.

이러한 본인의 사암침법에 대한 이해에 맞춰 생리학적 지식을 호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 이해가 어려웠던 점이 있었던 거 같다.

이런 관점에도 단점은 있을 것이다:

우선 이러한 주장을 위해서는 사암침법이 우리나라에서 완벽하게 연구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에 웹서핑 하면서 본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그렇다고 보기 어려운 거 같다.(이상하게 다른나라에서도 오행침쪽 연구나 지원은 활발하지 않은 듯 하다.) 동양의 전근대적인 기술체계가 과연 과학적으로 완전히 연구 가능한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철학과 예술의 영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 방법은 결과적으로 ‘동기서도’(東器西道)적인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한의학의 표면적인 기술만 데이터로 정리하고, 연구방법과 이론은 서구과학이나 의학을 이용하는 것. 대표적으로 중의학과 중의학 영향하의 한의학도 이러한 관점이다. 이것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현시점에서 공생하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렇게 서양의 과학 체계를 편의적으로 이해하고 이용하는 것이 동도서기(東道西器)적 관점일 수도 있다.

동양철학을 전일적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떤 면에서 현재 전일적은 관점에 더 가까운 것은 서양학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반면 동양의 전근대 기술이나 민간요법들은 더욱 파편적이 되고 세밀하게 분화되고 전문화되는 거 같기도 하다. 서양의 관점에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별의 기술로 이해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애초에 ‘전일적’이라는 말 자체가 서양의 이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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