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Speechless」(1994)에서 배운 미국 정치와 언론

2019.03.02연극과 영화/영화

미국의 정치인 연설 대필가(speechwriter)를 다룬 영화. 내가 미국 정치와 언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이 영화에서 비롯되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정치 연설 대필가들은 TV 뉴스 헤드라인 몇초간에 뽑힐 한 문장을 위해 일한다. 즉 TV를 통해 방송될 광고 카피 한 줄을 뽑고 그것을 정치적 국면 전환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가와 언론의 커넥션 없이 순전히 연설 대필가의 예술적 능력과 감각으로 그 문장이 선택되도록 하는데, 현실은 아마도 이와는 약간 다른 과정을 거칠 거 같다.

그리고 연설 대필가라는 직업이 우리 생각과는 달리 서구에서는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직업이며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연설에서는 연설문 전체에 공을 들인다.

그러고보면 영화 초반부에 남여 주인공이 만났을때 각자 직업을 숨기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도 뭐랄까 정치 연설 대필가의 위상 같은 걸 보여준다.

영화 자체는 당시 헐리우드 영화답게 이런 흥미로운 소재를 던져 놓은 후에 흔한 러브스토리로 빠진다. 배우도 마이클 키튼, 지나 데이비스, 크리스토퍼 리브, 보니 베델리아, 찰스 마틴 스미스라는 지금 생각해도 뭔가 이상한 헐리우드 러브 코미디 라인이었던 거 같다.

그런데 현시점에서도 이런 정치인의 주요한 연설문 한마디로 이루어지는 방송을 통한 미국 정치가 본질적으로 바뀐 거 같진 않다. 오바마와 트럼프의 트위터를 보게 된 점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이 영화에서 화제로 삼는 정치적 사건은 멕시코 국경 장벽 문제인데 20년이 넘게 지난 현재도 여전히 미국에서 정치 문제가 되고 있는 문제라는 점도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트리비아

  • 요즘 유행하는 마블, DC 영화의 선구자인 배트맨의 마이클 키튼과 슈퍼맨의 故 크리스토퍼 리브가 함께 출연하는 영화. 특히 마이클 키튼은 「배트맨 리턴즈」에 출연한지 얼마 안되서 배트맨 시리즈를 한창 찍어야 할 시기였는데, 이 영화 촬영 기간과 「배트맨 포에버」 촬영 기간이 겹쳐서 마이클 키튼이 출연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있다.
  • 지나 데이비스의 당시 남편 레니 할린이 프로듀서로 프로덕션에 참여했다.
  • 지나 데이비스의 키가 마이클 키튼보다 크지만 영화에서는 마이클 키튼이 더 큰 것처럼 찍힌 장면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