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해도 살 빠지는 책』(수면 다이어트)

2018.12.16 03:12건강

개요

이 책은 비만 전문의 사토 케이코(佐藤桂子)가 2013년에 쓴 『ダイエット外来の寝るだけダイエット: 「痩せホルモン」を分泌させる睡眠法』(비만 전문의의 잠만 자는 다이어트: 다이어트 호르몬을 분비하는 수면법)을 번역한 것으로, 잠만 잘 자면 다이어트가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만 전문의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통용되지만 국내에 아직 비만이 세부전공으로 인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비만전문외래의(肥満専門外来医)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사용하지만 전문적인 자격은 아닌 거 같다. 책 제목에도 나오지만 저자는 ‘다이어트 외래’(ダイエット外来)라는 말을 사용한다.

감상

마치 ‘수면 학습법’처럼 거짓말처럼 들리는데, 내가 보기엔 상당히 신빙성 있는 이야기 같다. 왜냐면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내분비계 불균형은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가 수면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도올 김용옥이 똥을 잘 싸는 것이 그날 하루를 건강하게 잘 보냈다는 기준이라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아마 비슷한 이야기를 한 다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어떤 면에선 잠을 잘 잔다는 것은 똥을 잘 싸는 것보다 더 고수준의 기준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도 생활과 식사, 운동, 정신 활동, 거주 환경 등 많은 것을 언급한다. 즉 어떤 면에선 잠을 잘 자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책 제목처럼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고 상당한 생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체중 감량만 관련된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또 의외로 작은 범위의 체중 증가는 이러한 생활리듬의 파괴가 근육을 감소시키고 지방을 늘려서 일어난 경우가 많다. 이 책을 일반적인 수면 건강에 관한 책으로 받아들여도 될 거 같다.

그러고보면 최근 국내에도 수면 전문 클리닉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그에 맞는 대중서는 본 기억이 없다. 검색해보니 감수자가 쓴 책이 몇권 있는데, 아마 그래서 감수자로 선택된 거 같다. 반면 수면과 관련된 번역서는 상당히 많다. 분명히 트렌드 중에 하나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고, 수면 장애를 느끼는 사람이 늘어난 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수면 다이어트’에 관한 것이 이 책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어 ‘寝るだけダイエット’(잠만 자는 다이어트)는 거의 신조어처럼 봐야 할 거 같다. 일본 뿐만 아니라 검색해보면 국내에도 관련 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 여기에 2017년 노벨상이 생체시계 관련된 것이라서 작은 붐이 형성되어 있는 거 같다.

참고문헌이 대부분 일본책이라서 뭘 읽을수 있을지 모르겠다. 윌리엄 C. 디멘트의 책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으니 한번 읽어봐야 겠다.

아래는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부분들을 메모해 둔 것이다.

  • 잠자기 전 복근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이 자극되서 잠이 잘 오지 않는다.(3장)
  • 늦잠을 잘 때 아침에 빛을 한번 보고 나서 다시 자면 수면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11장) — 혼또? 휴일에 실험해봐야 겠다.
  • 수면압이 약간 있는 것이 좋다.(12장) 수면압이라는 개념은 생소한데, 잠을 오랜기간 많이 자서 낮에 전혀 졸립지 않은 것을 0으로 하고 바로 쉬어야 할 정도로 힘든 상태를 24점으로 잡아서 6~10점 정도로 차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존다거나 하는 정도의 약간 졸린 정도의 사람이 밤에 잠을 푹 잘 수 있다는 주장.
  • 50대 이후는 잠이 드는데 필요한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잠 자는 시간을 길게 잡아야 한다. 짧은 낮잠(파워 냅)도 30분 정도의 길이로 충분히 잡아야 한다.(13장) 30분간 잠을 잔다는 뜻이 아니라 전후 시간을 충분히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블루 라이트가 수면을 방해한다. 굳이 사용한다면 필터와 안경을 사용해 막는다. 집안 조명도 황색 계열을 사용한다.(16장) — 일반적으로는 잠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하지 말라고 주문할텐데, 이 책에는 이처럼 다른 방법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많이 제시한다. 예를 들어 낮에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강낭콩 영양제’를, 기름을 많이 먹으면 ‘키토산과 김네마 영양제’를(2장)과 같은 식.
  • 예전에 치사량 가까이 사용해서 위험하던 수면제는 바르비투르산염 계열이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17장)
  • 히스타민 계열 수면제는 내성이 쉽게 생기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17장)
  • 수면 유도제는 ‘잠들게 하는 것’이 아니다. ‘복용 후 바로 눕지 않으면 최면 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약이다.’(18장)
  • 공기청정기에는 AHAM, ANSI, CADR 등의 기준이 있으니 참고한다. 영국 알레르기 협회 인증도 있다.(20장)
  • 일본식 된장국이나 맑은 수프 같은 음식은 취침 1시간 전까지 공복의 70% 정도까지 먹어도 된다. 기름기 없는 수프나 허브티는 취침 30분 전까지 공복의 60% 정도까지 먹어도 된다.(21장)
  • 침실에는 식물과 가습기를 두지 않는다.(23장) 이유는 세균이 번식할 우려가 있어서, 빨래를 너는 경우도 갓세탁한 것을 매일 바꿔서 널어야 한다. — 과연 의사가 할만한 이야기인 거 같다. 하지만 난 가열식 가습기를 쓰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요즘같이 건조한 시기에 가습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좀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마 습도가 더 높은 일본의 환경과 관련있는 거 같다. 그러고보면 침실에 화분을 두는 것도 한국에서는 많이 못 본 거 같다. 이 책에 전반적으로 일본의 문화적인 요소와 관련된 부분이 많은데, 번역할 때 약간의 첨언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 취침 전 목욕을 하면 심부 체온이 낮아져 자는데 도움이 된다. 최소한 손발만이라도 39~42도의 물에 각각 3분간 담근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취침 1시간 전에 미지근한 38~40도의 물에 10분간 입욕하는 것이다. 너무 뜨거운 물은 피부에 자극도 되고 교감 신경을 자극한다. 아침에는 뜨거운 물을 사용한다.(24장)
  • 이불속 최적 온도는 32~34도, 최적 습도는 40~60%이다.(25장) — 이 책에서는 ‘침실 기후’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micro climate이라는 용어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는 아마 서양식 침구 기준일 것이다. 일본의 이불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며, 또한 한국의 이불과도 다르다.
  • 에어컨, 선풍기, 가습기 등은 취침후 3시간 후에 꺼지도록, 난방기는 자기 전에 이불을 덥혔다가 자기 전에 끄는게 좋다.(25장) — 이것도 상당히 일본 문화와 관련이 있는 이야기 같다. 우리나라의 겨울 같은 경우는 다른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 잠자리는 방바닥에서 30㎝ 이상의 높이가 좋다. 왜냐하면 방바닥 30㎝까지 오염 농도가 높으니까.(26장) — 의사다운 발상이지만, 현실 적용에는 생각해볼 점이 있는 거 같다.
  • 베개는 목을 받치는 것, 까는 이불은 허리를 받치는 것.(27장) — 일러스트가 잘못 그려져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상식으로도 편한 베개의 모습이 반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긴 할 거 같긴 하다.

문제점

1부는 수면 다이어트에 관한 과학적 근거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이 좀 있다. 예를 들어 새벽 3시 전에 잠자야 하는 이유가 24시간/12시간/90분 생체리듬이 겹치는 때가 3시이기 때문이라던가, 성장 호르몬이 22시부터 03시까지 분비되므로 3시 전에 자면 턱걸이로 좋다거나.(2장) 그렇다면 10에 자서 3시에 일어나는 것을 권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바로 뒤에 잠든 후 3시간 후에 성장 호르몬이 한꺼번에 분비된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더 이해가 안 간다. 또한 3시간 후에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 때문에 잠을 3시간씩 나눠서 자도 되는 것처럼 나온 설명도 이해가 어렵다. 혹시 22시부터 03시 사이에 2번 자면 성장 호르몬이 2번 분비된다는 암시인가?

또 12시간 생체주기 같은 것은 아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식물 추출 성분이 10% 이상인 약을 꼭 먹어야 한다는 설명(8장) 같은 것도 과학적인 입장으로 보기가 좀 어려운 거 같다. 아니면 일본에서 판매되는 특정 상품을 암시하는 걸까? 강낭콩 영양제, 키토산과 김네마 영양제를 검색해봐야 하는건가?

책 디자인

2013년에 나온 번역판 초판의 제목은 『(잠만 잘 자도 살이 빠지는) 수면 다이어트: 자고 일어날 때마다 점점 살이 빠지는 55가지 수면법』이었다. 이런 직접적인 제목도 좋지만 이 2017년에 나온 이 2판의 제목 『(의지가 약하고 게으른 사람을 위한 최적의 수면 다이어트) 아무것도 안 해도 살 빠지는 책』도 상당히 눈에 끌린다. 일본에서도 출판 직후 10만부가 팔리는 인기를 누렸고, 저자가 운영하는 병원도 상당히 인기가 있는 거 같다.

나는 이런 작은 판형의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일본 판형보다 더 크지만 국내 책들의 판형이 워낙에 크다 보니 작게 느껴진다.) 휴대하기 편해서 지하철 같은 데서 읽기 편하고 내용도 알차고 잘 정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이 책의 경우는 매 장에 큰 그림이 있는 것도 한박자 쉬어가는 느낌으로 편하고 좋다. 보통은 정보 전달을 하지 않는 그림이 많으면 돈이 아까운데 이 책은 잠이라는 주제와 잘 어울리는 기분이다. 오히려 이 책은 장의 주제 구분이 조금 모호한 것이 아쉬운 면이 있다. 그러나 미용 관련 대중서를 아주 체계적으로 내용 구분해서 만드는 것도 쉽진 않을 것이며, 같은 내용의 반복도 어느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총평

잠과 다이어트, 건강과의 관계에 대해서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개념은 없었는데 책으로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니까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책은 과학적이라고 하기보다는 ‘미용적’인 관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책은 그 중간에서 균형을 맞추는게 어렵긴 하지만 이 책은 미용쪽에 좀 많이 기울어진 느낌이다. 저자 홈페이지를 보면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되어 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 같다.

책 판형과 일러스트 등이 가볍게 읽기는 좋지만 깊이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거 같다.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해준 것에 감사하고 다른 책들을 읽어보는 계기로 삼는 정도로 생각하는게 좋을 거 같다. 그리고 미묘하게 일본 문화와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어서 읽을 때 곧이 곧대로 따라하기 어려운 붑누도 있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