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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공부를 늦게 시작한 것이 아쉽다. 좀더 어렸을때 배웠더라면 영어를 비롯한 불어, 독어 같은걸 좀더 당당하게 대할수 있지 않았을까. 한문을 알고 있으면 중국어나 일본어를 볼 때 부담이 덜한 것처럼.

라틴어에 대해 늦게 인식하게 된건 어쩔수 없는 일이었던 거 같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 학문이나 예술의 시작으로서 고대 그리스어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꽤 있는 반면 라틴어는 카톨릭 안에서 사용하는 정도로 인식되었던 거 같다. 카톨릭 내부에서도 그 중요도가 20세기 후반을 지나면서 많이 떨어진거 같다. 나또한 그런 맥락에서 고대 그리스어가 더 중요하다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로마인들 자신도 그리스 문화를 높이 사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초기 미국 목사 양성 교육에서 라틴어가 차지했던 위치를 생각해보면 왜 그것은 빠진채로 한국에 미국 기독교가 이식되었는지 의문스러운 부분도 있다.

불어나 이태리어, 스페인어 같은 로망스어를 잘하는 사람들도 그 다음에 배울 외국어로 또다른 로망스어를 권하지 라틴어를 권하는 경우가 없었다. 그나라 국민들조차도 라틴어를 어렵게 생각하니 어쩔수 없는 일인 거 같긴 하다.

주어가 빠진채로 문장성분의 위치가 자유롭게 배치되기 때문에 어미만 보고 문장성분을 짐작해야 하는 것이 라틴어의 어려운 점인거 같다. 라틴어보다 더 복잡하게 변화(inflexio)하는 언어도 많을텐데 라틴어에서처럼 중구난방으로 배치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라도 라틴어를 어렵게 생각하는 거 같다. 그에 비하면 조사가 거의 고정되어 있는 한국어나 일본어는 편한걸수도?

서구에서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분쟁이 있을 때, 라틴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간혹 듣는다. 보통 이 이야기를 받아들일때 서양애들은 참 복잡하게 사는구나 또는 그런 고어를 되살릴 정도로 답답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는데, 라틴어를 조금 공부해보고서 생각해보니까 굳이 그렇게 보지 않아도 될 거 같은 생각이 든다. 서구 지식인들은 이미 라틴어를 학교에서 습득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언어가 복잡해질때 라틴어를 선택하는게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만약 한중일에서 뭔가 공통적으로 글자를 써야 할 일이 있다면 한자를 선택하는데 크게 무리를 느끼거나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서양 문예 이론 용어 같은 것들을 인용할 때 영어로 써야할지, 프랑스어로 써야 할지, 독일어로 써야할지 좀 선택이 어렵고 애매한 경우에는 라틴어로 쓰면 편할 거 같다.

서울대 교훈인 ‘Veritas lux mea’를 정확하게 해석할수 있는 서울대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을 보면 라틴어로는 전혀 불가능한 억지 해석들이 꽤 많다. ‘In vino veritas’가 그 댓구로 전해지는걸 보면 누군가 찾아서 공부한 사람도 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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