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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SF

성전사 던바인(1983)

kabbala 2016.10.22 02:10
  • 49화로 딱 1년을 채우고 완결되었지만 내용 진행을 보면 조기종영이다.
  • 1년을 채웠기 때문에 일종의 연출 상의 실수로 보는 견해도 있다. 중간에 광고주가 바뀌는 우여곡절 때문일 수도 있다. 지상으로 기계들이 옮겨지는 32화의 내용이 원래 계획했던 엔딩이라는 얘기도 있다.(이 부분 배열이 좀 이상하다. 직전인 30화에서 주인공이 바이스톤 웰의 기계들을 모두 부술 것을 페라리오의 왕인 쟈코바 아온에게 약속했는데, 바로 다음에 지상으로 쫓아낸다. 즉 원래의 엔딩이 매우 앞당겨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 로봇 디자인 때문에 인기가 없었다는 얘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의 전작들은 건담(1979)부터 이데온(1980)에 이르기까지 어린이용이라기에는 내용이 너무 어렵고 무겁다. 이 작품들 모두 시청률이 좋지 못했다. 한편 밀도있는 전개와 새로운 시도들 때문에 시간이 흐른 후에 일부 매니아들의 컬트적인 인기를 얻은 공통점이 있다. 이후 일본 만화영화에서 무거운 내용을 보기 어려운 것도 이런 상업적 실패와 관련이 있는 거 같다.
  • 이 작품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주역 로봇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던바인 같은 경우는 변신 장면도 없고 출격 장면도 따로 없다. 우리가 로봇의 변신 장면이나 출동 장면을 반복해서 보면 지겹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장면들이 주역 기체의 매력을 보여주고 각인시키는 장치인 것이다.
  • 잠보트3(1977)부터 광고주였던 클로버社가 던바인의 곡선형 디자인을 완구로 제대로 만들수 없어서 망했다는 식의 이야기도 있지만, 도산 시기가 방영 초기인 1983년 8월인 것을 볼 때 직접적으로 연관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8월 27일 방영된 29화에 등장하는 빌바인부터는 토미社에서 만들었다. 제작사가 바뀌어서 새로운 기체를 출연시켰다는 얘기도 있지만 스토리를 보면 각국이 새로운 로봇(오라 배틀러)을 계속 만들어낸다는 설정이어서 딱히 그랬다고 보긴 어려울 거 같다. 등장 시기와 디자인(;)은 조정한 거 같다.
  • 빌바인 디자인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작품 컨셉과 동떨어진건 확실하다.
  • 빌바인 등장 후에도 던바인은 옆에서 계속 사용되서 좀 헷갈리게 하는데, 이는 총감독의 전작인 자붕글에서도 마찬가지.
  • 환타지와 로봇을 결합한 최초의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의 이전작품 자붕글(1982)이 서부영화를 배경으로, 다음작품 엘가임(1984)이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을 고려해보면 딱히 환타지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은 아닐 것이다. 환타지라는 쟝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후대 일본식 환타지 매니아 입장인 거 같다.
  • 주인공은 아무런 이유없이 노예처럼 끌려와서 미래도 알수 없는 상황에 처해지는데, 주인공이 참전하게 되는 이 초기 설정이 나에겐 다른 어떤 로봇물보다 흥미롭게 느껴진다. 일본에 의해 전쟁에 끌려간 조선인 얘기 아닌가. 토미노 요시유키는 나중에 이런 설정 때문에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는 얘기도 했다.
  • 그러나 주인공의 라이벌과 연인이 모두 미국인이라는 점을 보면 만든 사람들이 다른 작품들과 딱히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진 않다. 미국과 대결하는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 같다.
  • 작품 중에 ‘미국’(미노쿠니)도 나와서 자꾸 미국을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 말 안 듣고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캐릭터들이 한가득이다. 당연히 싸움은 끊이지 않는다. 이데온에서도 그랬던 걸 보면 이것이야말로 토미노 요시유키가 자신하는 기술 아닐까. 이데온에서는 단순히 행동이 그랬던 것에 비해 던바인에서는 근본부터 글러먹은 사람들이 다수라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군인들이 공을 다투다가 주인공에게 진다는 설정도 이데온과 같다. 그러고보니 군인들보다 민간인들이 병법과 용병술에 더 능한 것도 이데온과 비슷하다.
  • 생각해보니까 모선을 타고 도망다니는 것도 이데온과 유사하다.
  • 던바인 같은 무기를 개발해서 바이스톤 웰을 전쟁에 휩싸이게 한 과학자 쇼트 웨폰(;)의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자기가 왕이 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나오긴 하지만 별로 와닿지 않는다. 다른 작품에서 과학자가 보스가 되는게 식상해 보이지만 이렇게 나눠놔도 이상하다.
  • 성전사만 오라 배틀러를 조종할 수 있다는 설정이 뉴타잎을 연상 시킨다. 파일럿들의 능력이 향상된 후엔 원거리 무기는 잘 피해서 칼싸움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그래서 지상인들끼리 서로 봐주는 거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도 생기는데, 스토리 전개에는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 등장인물들은 공중에서 떨어져도 잘 안 다친다. 능력 같은게 있다는 설정도 아닌 것이 15화에서 아국(아노쿠니) 왕은 성벽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져서 죽는다. 워낙에 잘 안 다치다보니 죽은게 맞나 의심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파티에 공주가 점점 늘어난다(;). 이쪽으로도 선구자.
  • 공동작업을 했지만 토미노 요시유키가 유명하다보니 아무래도 토미노 요시유키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보게 되는데, 토미노 요시유키가 원래 영화를 하려던 사람이었고, 대학도 영화과를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딱 1960년대 일본 영화에서 배웠을 법한 부분들이 많은 거 같다. 전쟁 묘사 부분도 매니아들은 감독의 의도 어쩌고 하지만 이걸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전후 일본영화에서 토론되었던 것 중에 한가지를 선택한 것 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유연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가지 만을 선택하는 것도 1960년대 영향 아닐까 싶다.
  • 당시 만화 주제가를 많이 부르던 MIO(나중에 MIQ로 바꿈)가 주제가를 부르는데 걸걸한(?) 여자 목소리라서 약간 특이하게 들린다.
  • 왕국이라는 배경 때문인지 관악기를 중심으로 하는 배경음악이 많은데, 같은 악기가 계속 쓰이니까 좀 질린다.
  • 37화에서 거대화(하이퍼화)한 오라 배틀러 레푸라칸 연출이 대단하다. Z건담(1985)의 거대 기체 연출이 여기서 시작된 듯? 확실히 지상에 나온 후부터의 전투 장면은 Z건담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다.
  • 오라라는 파워 인플레와 하이퍼화라는 거대화. 이것도 어쩐지 후대에 자주 사용되는 컨셉인데? 후반에 가면 주요 등장인물들이 다 초능력자가 된다…
  • 고향인 동경에 폭탄이 터져도 별 반응이 없던 주인공이 인류의 유산인 파리가 불탄다고 울면서 오라를 각성시킨다는 연출(40화).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본사람들의 이런 인식이 왜곡되었다고 밖에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쟁 같은 큰 상처는 스스로 기억을 조작할 수 밖에 없는걸까.
  • 46화의 미군의 카미카제 공격이 가끔 논란이 되는 거 같은데, 비행기에서 중간에 뛰어내리는 거라서 뭐 딱히 뭐라 말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 물론 뛰어내린 파일럿의 생존이 보장되는건 아니긴 한데…
  • 전체적으로 볼 때 중간에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그림 품질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때가 일본 경제가 좋을 때여서 그런건지? 이 시기가 어찌보면 일본 만화의 황금기였던 거 같기도 하다.
  • 바이스톤 웰의 여러 왕국들, 지상의 여러 나라들까지 해서 상당히 등장 인물이 많다. 단순한 로드 무비가 아니라 각국이 서로 정치를 하는 것으로 묘사되서 구성이 굉장히 복잡하다. 대하역사드라마가 되었어야 하겠지만 중간에 스토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약간 혼란스러운 느낌이다.
  •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소화 50년대?) 로봇물 중에 중요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 작품인 거 같다. 그러나 진행에 약간 문제가 있어서 걸작이라고 하지는 못할 거 같고, 과거의 명작으로 재조명 받기도 좀 힘든 마이너한 위치로 남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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