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글씨의 매력

2015. 5. 1.문방구

만년필로 글씨를 쓰다보니 내가 어려서는 왜 펜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지(놀랍게도 나만 해도 어려서 펜을 쓰던 세대다) 알거 같다.


나에게는 글을 쓰다가 필기도구 각도와 방향을 바꾸는 버릇이 있다.볼펜이나 연필을 쓰면 문제가 없지만 펜으로 쓸 때는 방향이 바뀔때 잉크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걸 어려서는 굉장히 답답하게 여겼던거 같다. 그러나 지금은 뽀대(!)를 위해서 필기 각도를 고정할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펜글씨로 글씨체를 교정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옛날에는 많았는데 바로 이렇게 똑빠로 써야 글씨가 나오는데 이유가 있었던 거 같다.


두번째로는 내가 펜 쓸줄을 몰랐던거 같다.


펜글씨라는게 로만문자 필기체와 장식체를 쓰기 위해 발달한 것인데, 내가 보기에는 한글 펜글씨 쓰는 법이라는게 아직 정립이 안되어 있는 상황인거 같다. 우리는 아직 붓글씨 중심의 사고를 하고 있다.


한문을 흘려쓰는 중국과 일본 글씨가 어느정도 펜글씨 스타일을 가지고 있긴 한데 그러나 이 역시 아직 서양의 전통에 비견하기 어려운 때인거 같다.


또 펜글씨는 의외로 천천히 써야 하는 것이었다. 마치 초서를 쓸때 흘려쓰는 듯 하지만 천천히 붓을 놀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마지막으로는 몇번 엎었던 잉크병, 주머니에서 샜던 만년필 잉크, 고무를 눌렀을때 잉크가 뿜어져 나왔던 경험 같은게 불편하다는 이미지를 내게 심어줬던거 같다.(쓰면서도 놀랍다. 내가 이렇게 잉크를 생활에서 썼던 세대라는게)


그러나 현재 만년필들을 보면 놀랍게도 이런 불편함들이 많이 해소가 되었다. 고무 대신 나사로 잉크를 흡입하고, 카트리지도 대중화되었다. 촉의 품질도 개선된거 같다. 생각보다 글씨가 부드럽게 써진다.


펜글씨를 보면서 느끼는 큰 장점은 개성이 있다는 것이다. 붓글씨 보다는 덜하지만 자기만의 글씨체를 쓸수 있다는게 큰 보람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