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of Horror: 「Cigarette Burns」(2005) - 미국영화의 한계

2007.09.21연극과 영화/영화

소재와 극본은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하나도 안 무섭다. 어짜피 1시간(정확히는 59분)짜리 에피소드인데 천천히 즐기며 보자. 이런 느낌이 든다. 1시간은 이런 TV시리즈에는 너무 긴 시간일지도 모른다.

보는 내내 더 기괴하고 매니악하게 될 구석이 충분히 많다고 느꼈다. 아니 연출은 충분히 파격적이었는데, 느낌은 식상하다. 무섭지도 않으면서 왠지 느끼하다. 어쩌면 그건 미국 상업영화의 특징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는 실제로 미국영화 이야기가 나온다. 무대를 뉴욕 -> 파리 -> 캐나다 로 옮기면서 각 지역의 영화관계자들이 영화 이야기를 한다. (파리에는 '친구'도 있다.) '헐리우드 영화는 뭔가 부족해', '캐나다가 영화만들기 더 좋아'따위의 대사가 나오는데, 이건 미국영화를 비판하는걸까? 이 작품이 캐나다나 프랑스영화를 닮지 않은걸 보면 아마도 프랑스와 캐나다영화를 조롱하는 거겠지?

이도저도 아닌 극적효과를 위한 대사일 수도 있다. 감독인 존 카펜터(John Carpenter)의 스타일일 수도 있겠다, 이국적 취향 사용하기. 그의 히트작 중에 하나인 「빅트러블」(Big Trouble in Little China)(1986)은 차이나타운을 끌어들여 중국의 마법(;)으로 공포를 만든다. 한국에서 개봉할때도 홍보를 꽤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흥행실적은 별로 안좋았다.

그도 그럴것이, 영화속의 중국은 서양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만든 환타지 속의 중국아닌가? 일본과도 구별이 잘 안되는. 한국사람들이 그때만해도 그런 것에 그리 관용적이지 않았다. 또 성룡 액션을 한창 보던 사람들이 미국식 쿵후에 그닥 마음을 빼았길 리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할로윈」(Halloween)(1978)을 제외하고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그리 크게 반향을 일으킨 존 카펜터의 작품이 없는거 같다. 이 두 작품 모두 imdb 점수가 7점대로 꽤 높은 편인걸 보면 미국 관객들에게는 꽤 먹히나 보다. 에피소드 이름에 감독 이름이 박힐 정도. ('John Carpenter's Cigarette Bu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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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판 DVD 표지. 제목이 아예 극중 영화 제목인 'La Fin Absolute Du Monde'로 바뀌었다.


* 지옥을 묘사한 영화로는 「Angel Heart」(1987)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 담배자국(cigarette burn)을 영화 한쪽 구석에 찍는 동그란 마크와 연결시켰으면 어땠을까? 너무 사소한 내용인가;

* 내가 좋아하는 존 카펜터의 작품으로는 「Dark Star」(1974)가 있다. 히피스러운 영화이다. 우선 우주선 조종사들(기본적으로 군인)이 히피스러운 외모이고, 반전, 반정부 느낌이 난다.

* 그러고보니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가 있던 「할로윈」은 순수한 미국적 소재 아닌가?!

* 우연히 같은 제목의 영화 「할로윈」이 올해 개봉한다. 매스컴에서 존 카펜터의 「할로윈」 이야기를 심심찮 들을 수 있을 듯.

* 「빅트러블」 비슷한 영화가 지금 한국에서 개봉한다면 이제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을거 같다. 사람들이 미국문화에의 세밀한 부분에까지 익숙해졌으니까. 우리는 이제 중국을 미국사람의 눈으로 보는 걸지도 모른다. 무섭다. 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