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협.
왜 지금 나와서 뒷북? 하는 생각도 들고, 지쳐가는 촛불시위에 새로운 에너지가 된 거 같은 느낌도 든다.
이들은 시위를 경찰과의 대결(혹은 게임)으로 파악한다.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뛰어다니고, 기(奇擊)이 주요 전술이다. 작전을 위해서는 정보도 중요한데, 데모하면서 정보과 형사를 만났다는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한편으로 이런 시위는 닫혀있다. 조직적으로 시위에 참여한 사람만이 즐길 수 있고, 외부에 대한 선전보다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한다. (인도의 시민이 시위대에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을 목격했다.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대표자 회의를 하고, 그 다음 실행은 지도부에 따른다. 한국식 민주주의.
예전에 나는 전대협의 데모 전략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감정적으로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이전시대의 보수적인 가치관에 기댄 폭력적인 방식이다.
난 전대협 세대(?)들이 생활에서 더 노력했으면 한다. 그들의 생활방식은 이전세대의 바로 그것이다. 일터에서는 억압의 주체이면서 거리에서 데모 한다고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시위대는 전대협의 모습에서 뭔가 새로운 걸 학습한 듯 하다. 그중에는 청소년들도 있다.
촛불시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생각도 든다. 나오던 사람끼리 끝까지 버텨보자는 분위기랄까. 주말치고 사람도 적게 느껴졌다. 취재 중인 사람들을 내가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칼라TV도 오늘 일찍 퇴청하고
커널뉴스만이 유일하게 보도를 끝까지 했다고 한다. 차끌고 다니면서 사람들 길 막던 LBS는 어디꺼지?)
빵집에서 촛불시위에 한두번 참가했을 법한 사람이 시위대 욕하는걸 들었다. 한국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누군가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신경질을 내는 거 같다. 공교육과 매스컴, 사회 분위기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데, 시위대 자체가 자신에게 어떠한 위해를 가하지 않는 이상, 그런 감정적인 반응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어떤 상황이 추한 것이라고 주입한다고 해서 그걸 자신의 감정으로 내면화하기도 쉽기만 한 건 아니다.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침체되는 것을 정부에서 아무리 시위대 탓이라고 선전해도, 논리적으로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주장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감정적인 대응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억압당한 무엇인가에 대한 화풀이를 시위대에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억압당하는 것은 없는지, 누군가에게서 차별과 분노를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p.s '이명박 퇴진' 이라는 구호 뒤에 꼭 '호헌 철폐'라는 말을 붙여야 될 것더니, 전대협 구호의 '한나라당 해산'은 꼭 '민자당 해산'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