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만화를 주로 보다보니 서양 만화는 어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기대하지 않고 천천히 읽어 가니 의외로 마음에 와닿는 게 있다.
부인의 NGO 활동을 따라 미얀마에 와서 완전한 백수 이방인의 입장으로 산 1년 넘는 생활을 스케치 한 것인데, 대놓고 독재를 비난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사회의 더 많은 부분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며칠 여행하고 쓴 『평양』(2002)과는 아주 다른 작품이다.
군부 독재라는 사회상에서 바로 얼마전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어느샌가 나는 서방세계의 관점에 더 가까워져 있다. 과거에는 그 속에 묻혀 있었고, 언론이 통제되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던 것들을 이제 확연히 알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 특히 얼마남지 않은 대선 때문에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더 절실하게 와닿는다. 마치 피부로 공기를 느끼는 거 같은 기분이다.
물론 서양인으로서 갖는 편견도 적지 않은데,(예를 들자면 영국과 독일에 대한 반감. 불교에 대한 몰이해 따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면 될 거 같다. 어짜피 외국 견문기라는 것이 모국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니까.
외래어 표기법은 언제나 낯설다. '땡땡'을 '탱탱'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나는 아직 한번도 보지 못했다. 된소리 혐오증은 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불어 책인데 '굿모닝'으로 제목을 번역한 것도 좀 이상하다. 원제는 '버마의 연대기'(Chroniques birmanes)인데, 불어 'chronique'에는 보도, 리포트, 저널의 뜻이 있어서 '버마 리포트'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후속작에도 '굿모닝 예루살렘'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 나는 버마를 부를 때 공식적인 이름인 '미얀마'를 쓰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나라 이름이야 권력 잡은 사람이 맘대로 짓는 거 아닌가. 서양 애들이 '버마'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것에는 언어적 관성도 크게 작용하는 거 같다.
* 작가 홈페이지: http://www.guydelisle.com/
* 한국의 군부 독재 시절을 담담하게 묘사한 예술작품은 별로 없는데, 이 책을 보면서 한국에 대입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당시 시대를 느끼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기도?
* 한번 미얀마 여행을 해볼만한 매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태국만 갈게 아니라 옆나라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