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한국말 속의 일본말 = 8.0
2010/06/27 상수와 하수
2009/12/01 봉공
2009/10/30 평(坪)
2009/08/05 히마리
2009/06/18 드릴 기리
2009/02/28 하마평 (2)
2009/01/30 땡깡
2007/01/07 모르모트
상수와 하수

http://batta-nikki.blog.so-net.ne.jp/2005-10-07

관객석에서 봤을 때 프로시니엄 무대의 오른쪽을 상수, 왼쪽을 하수라고 한다. 일본어 上手(かみて), 下手(しもて)를 그대로 옮긴 말이다.

연출 상 오른쪽이 더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아무래도 일본 전통 공연에서 관객석에서 봤을 때 무대의 왼쪽 길에서 오른쪽의 방으로 입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붙은 이름 같다.

영어로는 무대에서 관객석을 보는 방향으로 Stage Left, Stage Right라고 부른다. 이걸 뭐 서양과 동양의 관점 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냥 쓰다보니 그렇게 굳은 걸 거다. (Cour와 Jardin도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거지 뭐 특별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닐 거다)

상수, 하수라는 말의 장점이라면 관객석에서 본 것인지, 무대에서 본 것인지 좌우가 헷갈리지 않고 절대적인 방향이 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 상수, 하수라는 말이 엄청 헷갈린다. 10년 넘게 무대일 한 사람도 직관적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 검색해봐도 반대로 적은 사람들 꽤 있다. (어쩌면 상대적인 위치를 절대적으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라 인간의 인식이 그럴 수 밖에 없을 수도 있을 거 같기도 하나 이상하게도 Stage Left, Right 헷갈리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지만 공사판이나 인쇄소의 일본말이 사라지지 않듯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봉공

http://blog.livedoor.jp/miz0001/archives/51655664.html

‘봉공’(奉公)을 ‘공공, 즉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뜻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말은 중세 일본에서 군주를 위해 서비스한다는 뜻으로 사용된 특수한 말이다. 즉, 여기서 ‘공’(公)은 ‘공공’(公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위(位)에 가깝다. 근대 일본에서 덴노를 중심으로 국가가 통합되면서 국가 그 자체인 덴노를 위해 충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뀐 것을 우리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조선이나 중국에서도 ‘봉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군주 혹은 국가에 대한 충성’의 의미로 사용되지 아니하였다. 사사로움 없이 공무를 수행한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여기에는 ‘멸’(滅)나 ‘사’(死) 같은 죽음과 관련된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봉공을 ‘나라나 사회를 위하여 힘써 일함’이라 설명하고 ‘봉직(奉職)과 같은 말이라고 하였는데, 100% 일본어의 의미다.
평(坪)
이 단위는 한 사람이 팔과 다리를 벌리고 누울 수 있는 넓이에서 기원했다.
— 위키백과: 평 (단위)
坪は日本で生まれた単位であるが、かつて日本の統治下にあった韓国や台湾でも使用されている。
—ウィキピディア:
但隨著19世紀末年日本統治朝鮮半島及台灣之後,這個面積單位亦在這些地方通行,沿用至今。
— 维基百科:

한국사람만 '평'을 한국말로 알고 있다.

이러한 기준면적이 계승되어 1874년 4월 27일에 일본에서 제정된 길이 30.303㎝의 곡척으로 사방이 6척인 기준면적의 넓이를 1보 또는 1평으로 한 것이므로 이때부터 1평은 3.3058㎡가 되었다.

이러한 면적제도가 1910년경 우리나라 국토측량의 기준이 되어왔으므로 이 면적단위는 고구려에서 일본으로 갔다가 다시 우리나라에 변형된 제도로 도입된 것이 된다.
— 민족문화대백과사전: 평

1874년에 제정될 도량형을 천년 전에 가르쳐준 대단한 나라.

이 외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자'(30.33 센티미터), '리'(400 미터), '홉'(0.18 리터), '관'(3.75 킬로그램), '근'(600 그램) 등이 모두 일본 단위이다.

한 때 왜 딸기는 한 근이 375 그램이고 고기는 600 그램이냐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160 문(10문=1관)을 1 근으로 계산하는 일본 도량형을 들여온 것이기 때문이다.
히마리
'히마리'라는 말을 우리는 마치 '힘'이란 말의 순 우리말 사투리처럼 사용하곤 하는데, 실은 일본말 '시마리(しまり)'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일본말 '시'가 우리말 '시'와 '히'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다.)

번역을 할 때는 일반적으로 일본어 시마리를 보통 '긴장감'으로 옮긴다. '긴장감이 없네' 같은 좀 어색한 표현을 번역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시마리가 없다(締まりが無い)'는 표현을 그대로 직역한 것이다.

즉 '히마리'는 단순히 '힘'이라는 말을 다른 뉘앙스로 표현하기 위해 수입한 말 정도가 아니라, '시마리가 없다'는 일본어 특유의 표현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다.

일본어 시마리는 '무슨 남자가 그렇게 히마리가 없어!'하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절도'라는 뜻도 가지고 있고, 물건이 단단하지 못하거나 뻑뻑하지 못 한 경우에도 사용한다. 즉 한국말 '히마리'의 뜻은 일본어의 여러가지 의미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히마리'를 '힘', '긴장감' 같은 한국말로 1:1 치환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 같고, 술어를 포함한 표현 자체를 바꿔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 히마리의 그 독특한 뉘앙스는 일제 잔재이니 사용을 포기해야 마땅하다.

참고
  • 천하태평: 히마리(しまり) → 야무짐, 긴장, 기운 <http://blog.naver.com/hoon3579/66919980>
드릴 기리

<http://shop.pitsco.com/store/detail.aspx?ID=1477>


드릴날(drill bit)을 흔히 '드릴 기리'라고 부른다. ('길이'로 알아듣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일본어 '切(り)'에서 유래한 말인 듯하다. 목공, 건축 용어에 일본어가 많이 남아있다.

현대 일본어에서는 드릴이나 기계톱 등의 날을 '切刃'(切り刃, きりは, 기리하)라고 한다.
하마평
‘하마평(下馬評)’이라는 말의 유래를 찾아보면 조선시대 만들어진 ‘하마비(下馬碑)’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이 대다수다. (어느 왕 때인지 적어놓은 글도 있다.)

신기하게도 일본어에도 '下馬評(げばひょう)'란 말이 있고, 한국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표현일까? 아니면 같은 한문을 사용해서 우연히 같은 말이 생긴 것일까? 그런데 '下马评'이란 중국말은 없고, 조선왕조실록에도 그런 말 안 나온다.


http://blog.livedoor.jp/taishoro/archives/30499888.html

하마평이란 말은 순도 100% 일본 말이다. 말을 타고 들어갈 수 없는 장소(성이나 사찰)에 들어간 주인이 남긴 말을 돌보며 기다리던 하인들이 주고 받던 한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서로의 공을 다퉈 서열을 높이려고 하는 것은 왕이 인사권을 갖고 붕당정치를 하던 조선시대보다 에도시대의 봉건제도에 더 어울리는 거 같다.

何のことはない。武家社会の生活の中から生まれたとされる、
この極めて日本的な漢字語表現が、そのまま韓国語の語彙として
使われているという話だ。


p.s 국립국어원에서 '하마평'에 대한 순화어로 '물망(物望)'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 방법이 달라서 대체어로 보기 어렵다.
땡깡


이거 일본말이었구나, てんかん(癲癇).

간질(癎疾)이라는 뜻으로, '전간'(癲癎, 癲癇)이라는 말은 한의학에서도 사용한다. '수전증'(手癲症)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전'(癎) 자가 쉽게 이해될 듯.

일본말일 거 같다는 짐작은 했지만, 이런 의미인 줄은 몰랐다. '땡깡 부리지 마'를 굳이 한국말로 고치면 '지랄하지 마'가 되겠다. 간질을 '지랄병'이라고도 불렀다.
모르모트
난 여태까지 모르모트라는게 실험에 사용되는 쥐의 특별한 종류를 말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실험에서 사용하는 쥐는 단순히 널리퍼져 있는 생쥐 Mus musculus 였다. 물론 유전적으로 따로 정리되어서 키워진 것들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 근본은 인간들의 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종이었다. 일반적으로 '마우스'라고 부른다.

그리고 TV 등에서 자주 보여주는 흰쥐도 모르모트가 아니라 Rattus norvegicus 로, 생쥐가 쥐과 생쥐속 생쥐종인데 비해 흰쥐는 쥐과 쥐속 쥐종이다. 실험목적 등에 맞춰서 생쥐와 흰쥐를 선택해서 사용하는거 같다. 생쥐는 미생물학 쪽에, 흰쥐는 내분비 쪽에 사용되는 모양이다. 인간이랑 유사성이 더 높다고 한다.

모르모트는 실험용으로 쓰이는 기니픽 Cavia porcellus 의 네덜란드어인 marmotje 가 일본을 통해 수입되어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일본말이었던 셈이다;; 말이 비슷하다보니 불어marmotte 에서 유래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거 같다. 애완용으로 키우면서 '마멋'으로 부르기도 한다. 현재 일본어로 야생종은 テンジクネズミ라 부르고, 사육되는 것을 モルモット라 부르기는 하는데, 영어의 영향을 받아 점차 ケィビィ라 부르는 추세인 모양이다.

영어 mormot 는 Marmota marmota 라는 다람쥐과의 다른 생물을 말하는 것이며, 실험용으로 사용하지 않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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