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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예술철학

kabbala 2006.12.07 14:06

1. 예술철학이 무엇인가? 단순하게 그것은 예술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는 것이 예술에 대한 철학적 성찰인가? 혹은 누가 그런 성찰을 원한단 말인가?


2. 미학, 예술철학, 예술론, 예술사, 예술학 등등의 개념이 언제나 문제 된다. 한 동안 나는 예술철학이나 철학적 미학을 가족 유사성을 갖고 있는 이런 개념들로부터 구분하려고 노력하였다. 아마도 그런 노력의 배후에는 두 가지 감추어진 동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오직 철학에만 한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어떤 게으름의 표현이기도 하다. 나는 예술철학을 하는 것이지, 잡다한 예술에 대한 지식과 사실을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변명해 왔다. 둘째, 엄정하지 못한 주관적 주장에 대한 혐오였다. 그것은 패스모어가 <미학의 황량함>이라고 부른 심정과 동일하다.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전개되는 무책임한 주장에 대해 아주 강한 심정적 반발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 나는 철학의 자연주의화를 반대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들의 주장에도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 그것이 바로 예술철학이라면 바로 예술 현장으로 들어가서 예술계(the art world)의 시민들이 어떤 이론적 문제들을 고심하고 있으며 그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함께 풀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예술철학자는 바로 골방에 처박힌 한담의 예술철학자일 것이다. 인식론의 자연주의화는 반대하지만, 예술철학의 자연주의화는 그렇게 거부 반응이 나질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4. 도대체 예술가들은 무엇을 고심하고 있는가? 혹은 우리의 예술가들은 무엇을 고심하고 있는가? 분명히 내가 물었던 질문이 이것이 아니라, 칸트가 무엇을 고심하고 있었는지, 혹은 미국 예술철학 잡지에 있는 논문들이 무엇을 고심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학문적 사대주의, 참으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내 실력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러한 한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


5. 칸트가 고심하고 있었던 문제가 어떻게 심미적 판단이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달리 말해 심미적 판단은 주관적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보편타당성과 필연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해명하는 것이었다. 미와 예술의 본성을 묻는 질문 속에서 칸트가 제시한 이러한 물음은 언제나 사라지고 만다. 가령 우리 한국미가 어떤 것인지만 논의될 뿐, 그러한 미에 대한 객관적 체험이나 경험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사라지고 만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이 너무나 성급한 것일 수 있다.


6. 칸트는 심미적 판단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밝힌다. 그리고 가다머는 그의 <진리와 방법>에서 이런 칸트의 주장을 공박한다. 이제 문제는 칸트와 가다머 사이의 논쟁으로 좁혀진다. 따라서 우리의 예술가들이 예술과 미에 대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하는 문제가 사라진다. 칸트와 가다머의 논의 문맥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이것을 기초로 더욱 생산력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나아가 과연 그것은 가능할 수 있는 것인가?

- 김영건, "성찰 1"

저도 실은 요즘 이 비슷한 고민중인데;

이 분은 중견 철학자(?)라는걸 생각해보면 전 시작도 안한 공부를 접어야 할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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