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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제6회 정기연주회: 해외교포 작곡가와 함께하는 세계속의 겨레음악
시간: 2006/10/19 19:30
장소: 국립국악원 예악당
가격: A석 10000원/B석 8000원

오랜만에 국악원으로 국악관현악을 들으러 갔습니다. 구경도 좋지만 국악원까지 가서 보고 온다는 것이 몸이 지치는 일이라서 한동안 정말 보고싶은 공연이 아니면 안보러 갔었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다음까페에 있었던 선착순 이벤트에 당첨되었습니다. 공짜라면 소도 잡아 먹는다던가;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합니다. 마구마구 보고 싶어지는거있지요? 관객의 이런마음을 잘 헤아려서 공연기획을 해야 겠습니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정기연주회는 아마 1회, 2회를 구경갔던거 같은데요, 국악원이 나름대로 의욕적으로 실시한 사업이라서 여러가지 의미가 깊었고, 국악인들의 관심도 매우 높았었지요. 그런데, 이번 6회 정기연주회는 이전 만큼 화려한 무대는 아니었습니다. 뭐랄까 사람도 생각만큼 많이 안온거 같고, 무대 분위기도 아주 약간 한산한 느낌이 들었어요. 공연이 끝나고 나올때 보니 사람이 아주 많았고, 기본적으로 대규모 악단인데, 처음에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전반적인 느낌은 뭐랄까, 좀 평범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위촉을 받은 작곡가들의 국악관현악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작품의 질에 있었던거 같고요. 이러한 이해부족은 80, 90년대의 뭐랄까 좀 단순했던 국악관현악을 연상시켰습니다. 이렇듯 국악관현악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 작곡가들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국악기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과연 이것을 국악기로 꼭 연주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조금 더 바란다면 이런 상황이라도 지휘자는 뭔가 곡의 특성을 끄집어내서 소리를 만들어내고 들려줘야 한다고 보는데, 지휘자의 곡 해석과 소리만들기가 좀 미비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신곡 5개를 깊이있게 해석하고 연습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그래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정도라면 어느정도 기대는 해볼 수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또 소리의 경우도 '창작'악단이니까, 앰프 등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겨를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1. 전야(田野) / 작곡: 장진석 (Zhenxi Zhang, 1983년 연변대학예술학원(延边大学艺术学院) 작곡전공, 상해음악대학 작곡이론 전공, 연변대학예술학원 음악학부 교수, 연변음악가협회 부비서장, 중국조선족음악연구회 부비서장)

느낌이 딱 중국곡 같았다. 무언가를 묘사하려는 경향도 그렇고, 소재 역시 노동자. 곡 자체도 중국 관현악단에서 연주하기 적합해 보였다. 국악기의 약간 탁한 음색으로는 소화하기 힘든 곡 같았다.

2. 관현악을 위한 서시 / 작곡: 한아신 (이화여대 작곡과 졸업, Saarbrücken 음대에서 작곡, 피아노, 음악이론 전공, Frankfurt 음대에서 작곡, 전자, 컴퓨터 음악 전공, 현재 Frankfurt 거주)

어쩐지 뻔하게 느껴지는 현대곡. 현대곡이 기묘하고 특이한 느낌을 주기만을 위해 작곡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악기로 연주할때는 거기서 더 무엇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지휘자와 연주자의 역할이 클 것이다. 국악기로 이런 현대곡 연주를 해냈다는 것으로 만족하는 때는 어느덧 지난듯하다.

3. 중국풍 경전(慶典) / 작곡: 우영일 (Youngui Yu, 중국음악학원(中国音乐学院) 작곡계 교수, 중국음악협회 회원, 중국소수민족음악회 회원, TV 드라마 走過柳源, 風帆 주제가 작곡, 我的家 등 광고음악 작곡)

곡의 전반부는 장진석의 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노동자라는 소재도 비슷. 그런데, 후반부는 뭔가 좀 색달랐는데, 아마도 중국의 관현악 기술을 좀 세련되게 사용한거 같다. 뭔가 좀더 세밀하게 보여주는 연주였으면 더 좋았을거 같다.

장진석의 작품에서도 조금 그러했지만, 이 작품까지 듣고나니 중국 작곡자들의 음악적인 상상을 국악기가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다는 인상이다. 개인적으로 그간 국악기개량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소한 국악관현악단에 있어서는, 국악기 개량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 작곡자들은 이미 정리된 개량악기를 가지고 스타일도 만들고, 새로운 음악적 시도도 비교적 자유로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4. 귀향가 / 작곡: 손영화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UCSD) 박사학위, Vermont 거주)

'제 오래전의 기억의 더듬으면서, 또 독특한 한국의 음악 전통을 동경하며 사랑해 왔던 마음으로 이 곡을 작곡하였습니다.' 라는 팜플렛의 말처럼, 작곡자에게 인상깊었던 국악의 한구절 한구절들을 연결시켜 놓은거 같았다.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린거 같지는 않았는데, 구절구절이 소박하고 진실한 느낌이 들었다. 사운드도 꽤 괜찮았던거 같다.

(곡을 아버지 손목인에게 헌정했다. 어쩐지 귀에 익은 이름인데, 한번 찾아봐야 겠다.)

5. 비나리 / 작곡: 김지영 (Jacqueline Jeeyoung Kim, 연세대 작곡과, 인디애나대학 석사(MM), 예일대학 박사(DMA, 2001), San Francisco Performances 상주 작곡가(Resident Artist), 하버드대학 연구교수)

이 곡이 연주회의 대미에 올 수 밖에 없었는데, 일반적인 국악관현악에 가장 가까웠기 때문이었던거 같다. 장단과 선율이름으로 도배된 팜플렛의 글도 그렇고, 현재의 국악작곡계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작곡가 같았다. 전형적인 국악곡을 들려주는 듯 하다가도 현대적인 느낌으로 살짝 옮겨주는, 아주 스마트한 작곡가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미국시장에서도 어느정도 통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프로필에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 2집을 준비중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 다만 그 국악적인 부분 자체가 전통곡을 너무 그대로 옮긴듯 하기도 하고, 너무 전형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p.s 다른 기사를 보니 김지영은 90년대초에 도미했고, 그간 한국에서의 활동도 적지 않았던 모양이군요. 다른작곡자들과는 좀 차이가 납니다)

팜플렛에 대해 작은 불만이 있다면, 미국 등지에 거주하는 사람의 영문명은 문교부식 한글 표기법으로 표기하고, 중국에 거주하는 사람은 한자이름의 병음표기를 적었는데, 이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외국에 체류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에서 음악활동을 주로 하는 것을 생각해볼때, 영어 이름을 적어주거나, 중국의 경우는 한자 이름도 적어줬으면 참고하기 더 좋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에 사는 한국인의 눈으로 국악관현악곡을 작곡한다는 것이 뭔가 새로운 시사점을 분명히 던져주고는 있었다. 중국의 장진석, 우영일의 작품에서 느꼈던 것은 앞서 말했던 중국 개량악기와 국악기의 성능차이였고, 손영화, 김지영의 작품에서 느꼈던 것은, 전통곡에 대한 집착이다. 수십년 외국에 살았던 사람도 '국악'이라는 말에 홀려 전통곡의 소절소절을 복사하게 되고, 보여주는건 결국 배치와 약간의 변화와 반주일 뿐이었다. '국악작곡'의 마술이다. 물론 손영화, 김지영의 작품은 국내 국악관현악 작곡가들의 작품에서 잘 듣지 못하던 소리를 들려주었다. 어쩐지 약간 세련된 느낌도 느낄 수 있었다. 반대로 한아신의 경우 국악적 규범은 아예 무시하고 나간거 같은데, 이런 경우에는 또 국악적인 느낌을 받지 않으니 귀가 참 간사하다. 혹은 작곡자 또는 지휘자가 그 작품 속에 담고 있는 국악적인 무엇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것이나,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놓친건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중국의 작곡자들은 아예 국악체계를 무시하거나, 국악을 단순히 다른 음계를 사용하는 소수민족의 음악 정도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느낌도 드는데, '국악작곡을 대하는 상이한 음악세계의 태도의 발견'이 이 연주회의 성과중에 하나 아닐까?


-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

예술감독: 곽태규
부지휘자: 노부영
총무: 권성택
피리: 박승희(수석), 박치완, 강효선, 임규수, 이홍근, 황세원, 진윤경
대금: 김상연(부수석), 이창우, 김정수, 주민경, 이명훈, 류근화, 이필기
해금: 김준희(수석), 사주현(부수석), 안경희, 이소라, 김진, 여수연, 안혜진, 조혜령
거문고: 이선희(수석), 박영승, 김은수, 김준영, 서정곤, 주은혜
가야금: 임은정, 이지혜, 박세연, 서은영, 최보라, 이주인
아쟁: 이화연, 김설아, 윤숙영, 배문경
타악기: 안혜령, 최윤정, 서수복
소금: 이영섭(부수석)
양금: 전명선
신디,악보: 이정면
객원: 양재춘(타악)

p.s 의외로 악단에 학교 졸업생들이 많았다. 선배들이 활동하고 있는걸 보니 어쩐지 뿌듯한 느낌이 든다. 나도 이 바닥에 잘 빌붙어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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