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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글전용과 국한문혼용

kabbala 2018.10.09 08:28

지금 생각해보면 한글전용과 국한문혼용이라는 것이 뜬금없는 논쟁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그냥 적당히 쓰고 싶은대로 쓰면 되는 것이지 왜 순수하게 한글만 써야하고 반대로 한글로 써도 되는 것까지 한자로 바꿔쓰자는 극단적인 두 주장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이런 논란의 마지막은 1980년대 유행한 순수 한글 단어 만들기, 한자를 우리 민족이 만들었다는 주장, 1990년대에 조갑제가 주장한 한자 혼용이었을 거 같다. 당시에는 나도 이런 주장들에 귀가 솔깃한 면이 없지 않았으나 국립국어원에서 잊을만하면 발표하는 억지스러운 한글 조어, 맹목적인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 국한문혼용 추종자들조차 한자를 모르는 아이러니 등으로 대중들의 관심에서 모두 멀어진 거 같다.

그리고 현재의 결과는 사실상 한글전용이 되었다. 한자는 동음이의어 등을 설명할 때나 더 깊이있는 이해를 위해서 배우는 적당한 위치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것으로 일단락된 듯 하다. 어휘까지 순한글로 만들자는 주장은 일부 단어에서만 부분적으로만 남아있다.

물론 한문도 우리 민족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라서 이렇게 멀어지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공교육에서 누구에게나 한자를 암기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단 엘리트 교육에는 당연히 포함시켜야 한자 문화권의 다른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한자를 배우길 원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와 다른 결과를 얻게된 현대 일본어 표기법[仮名交じり文]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국한문혼용이란 말때문에 이를 화한혼용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으나 일본어에서 화한혼용[和漢混淆体]은 한자와 일본어의 한자식 표기를 사용한 고전 표기법을 말하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 같다.

일본어의 경우도 한글처럼 히라가나만 사용해서 표기하는게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도 초등 교육이나 한자 글꼴을 넣기 힘든 화면 등에서는 카타가나만 사용해서 글을 쓰는 경우도 있으며 일본인들은 이를 불편해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도 물론 갑론을박[国語国字問題]이 있었지만 한자/루비/히라가나/카타가나가 모두 쓰이는 복잡한 체계가 된 것은... 물론 좀 알아봐야 하겠지만서도 지금 생각으로는 다음의 몇가지 이유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첫째로는 과거 표기법에 대한 민족주의적인 지향. 우리는 한자를 외래문화로 여기고 마치 문맹을 속일때나 사용하는 부정적인 면이 있는 글자처럼 여기지만 일본은 반대로 다른 표기법보다 전전의 표기법을 유지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또한 이를 미학적으로 더 뛰어난 것으로 보는 경우도 많은 거 같다. 일본의 이러한 경향은 일제 시대 우리의 한자 혐오를 부추겼을 수도 있다.

두째로는 이 역시 표기법 때문인데, 일본어가 세로쓰기를 하고 띄어쓰기를 하지 않기 때문인 거 같다. 세로쓰기를 하면 띄어쓰기를 하기가 어려워지고, 띄어쓰기를 하지 않으면 단어를 나누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명사는 한자로, 조사는 히라가나로 쓰는 것이 더 보기 편하게 된다. 이것은 한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한글도 띄어쓰기와 가로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한자의 사용이 잦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상용한자(이전에는 当用漢字)라는 것을 통해 공교육에서 다뤄야할 한자의 수를 제한하여 부담을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인들이 한자에 익숙하다고는 하지만 또한 어떤 면에선 제한된 어휘를 갖게 되기도 한다. 이것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언어 정책을 떠올리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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