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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국의 민주주의

kabbala 2018.09.13 13:46

0.

한국인들은 민주주의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데, 한국인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어떤 것일까.

1.

김수영이나 김지하(젊었을 적의)의 시에서 말하는 민주주의. 그것은 무엇이든 간섭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독재가 싫은 것은 그것이 예술가의 ‘자유’를 침범하기 때문이다.

일제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간섭받지 않는 ‘자유’를 원했기 때문에 해방 전에 아나키스트들이 발생했다.

공산주의는 ‘자유’를 억압하기 때문에 반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가 싫은 것은 기업의 ‘자유’를 침범한다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자유라는 관점으로 보면 한국인들의 좌우 사상의 차이는 그리 큰 것이 아니다. ‘내게 얼마나 자유를 줄 수 있는가’ 이것이 모든 한국인이 원하는 것이다.

2.

김수영이나 김지하(젊었을 적의) 입장에서 보면 자유는 바로 ‘예술가의 창작의 자유’인 셈이다. 故 마광수도 이러한 경향의 연장선 상에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예술가만큼 강하게 자유롭지 못한 불편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자극한 것은 바로 예술가들 자신이다.

여기서 이전 시대에 작가들이 사회에서 왜 그렇게도 높은 지위를 부여받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얼마전까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리더들은 바로 문학 작가들이었던 것이다.

그 이전 해방전후에는 아마 정치가들이었을 것이다.

3.

강한 압제에 대한 반발이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시각이며 이해이며, 일부 계층에 의해 그것이 표출되고 주도되어 온 것이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역사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이 민주주의라는 것도 전통적인 맥락에서 도출된 것으로, 서구 민주주의가 잉태된 곳은 귀족 중심의 의회 정치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민중과 상인이 끼어들면서 민주주의가 발달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그런 정치 상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에 대한 반동을 일으킬 만큼 강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우리는 서구의 민주주의 전통과는 약간 다른 역사적 상황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히려 우리보다 덜 민주적이라고 여기는 주변의 다른 국가들이 지역분할적인 권력 분점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보다 서구의 민주주의적 전통에 더 가까운 상황일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앞섰다는 식의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의 직전 상황을 추측해본다면 아마 강한 압제에 대한 반발이었을 거 같다.

조선후기 너도나도 양반이 되었지만 경제적 정치적으로는 더 상태가 악화되었으며, 일제 역시 조선인에게는 정교한 압제의 기계로 느껴졌을 것이다.

4.

우리의 민주주의 활동은 대부분 권력에 대한 항의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항의 중 가장 아이러니한 것 중에 하나는 직전 집권당이었던 정당이 바로 자신들이 만든 정책을 시행하는 현재 여당을 비판하는 것이다. 이것이 야당의 역할이라고 보고 이에 동조하는 국민들도 많다.

우리의 민주주의의 약점은 합의와 그 합의의 실행이라는 면에 있는 거 같다. 반대를 해야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고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기서 다시 쉽게 결론이 나고 쉽게 실행이 되는 독재에 대한 열망이 태어나게 된다. 자유를 누구보다 원하면서 독재 또한 원하는 모순적인 성정을 갖게 된다.

비민주적인 조직이 민주주의를 들먹이며 운영되는 것, 권위주의적인 리더가 민주주의를 논하는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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