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학습지 편집자였던 저자가 쓴 노트법에 관한 책으로, 이후 시리즈가 계속 나온 것으로 봐서 상당히 인기를 얻었던거 같다. 국내에는 첫번째 책만 번역되어 있다.

문구 업체인 고쿠요에서 관련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줄에 작은 점을 표시해서 세로줄을 맞출 수 있게 하는 노트. <http://www.kokuyo-st.co.jp/stationery/dotkei/index.html>, <http://www.kokuyo.co.jp/com/press/2008/09/810.html>

전체적인 흐름은 학습지 편집자로 일하던 저자가 동경대생(과 졸업생)들의 노트를 접하게 되었고, 200개 이상의 노트에서 발견한 공통점을 7가지로 정리한 것이다.

  1. 제목을 맞춘다.(とにかく文頭は揃える) — 큰제목, 작은 제목을 1~3칸 들여쓰기 한다.
  2. 복사물을 이용한다.(写す必要がなければコピー) — 표, 지도, 그림 등을 복사해서 붙인다. 필기를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붙여서 효율을 높인다.
  3. 대담하게 여백을 남긴다.(大胆に余白をとる) — 설명이나 추가 정보를 넣기 위해
  4. 목차 및 색인을 활용한다.(インデックスを活用) — 페이지 좌상단에 큰제목이나 교과서 페이지 등을 적고, 목차나 색인 스티커를 활용한다.
  5. 단락 구분이 중요하다.(ノートは区切りが肝心) — 적을 내용을 한 페이지에 다 정리하지 못해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극도로 자제한다. 내용이 많은 것은 펼쳐지는 루즈리프나 메모지 등을 붙인다.
  6. 나만의 형식을 만든다.(オリジナルのフォーマットを持つ) — 예를 들어 왼쪽 페이지에는 문장과 예습한 단어와 숙어를, 오른쪽 페이지에는 해설과 수업 중 들은 설명을
  7. 정성껏 필기한다.(当然、丁寧に書いている) — 노트 필기라는 것은 동경대생에게 논술형 필기를 준비하는 연습이기도 하기 때문에 ‘읽기 쉽게’ ‘일정한 페이스로’ 써야 하며, 또한 ‘필사적으로 적는다’는 생각도 필요하다.

이 7가지 법칙의 일본어 앞글자를 모으면 ‘동대노트’(とうだいノオト)가 된다. 그래서 원본에는 이 머릿글자로 법칙을 나타냈는데, 번역판에는 숫자로 바꾸었다.

2장은 실제 노트와 작성자들의 인터뷰인데, 일본어로 필기한 실제 노트를 모두 한국어로 다시 그린 디자이너의 대단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한국인 입장에선 느낌이 직접적이지 않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의 후속 시리즈들이 번역되지 않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입시라고 해도 일본과 한국의 차이가 꽤 있기도 하다.

3장에서는 시험 소지품, 4장에서는 7가지 법칙의 적용 패턴, 초등학생이나 사회인의 노트법, 연필 잡는 법 통계 같은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컴퓨터로 정리할 때와 노트 필기할 때의 뇌의 활성화도를 비교한 글도 기억에 남는다.(篠原菊紀 감수)

5장에는 유명인들의 노트와 인터뷰, 6장에는 사회인들의 노트와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유명인의 노트나 사회인의 노트는 평생 사용할 노트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대학 노트가 1880년대 동경대 앞에서 처음 팔렸다는 식의 역사 이야기도 조금씩 녹아 있다. 마지막은 작가 본인의 노트로 끝을 맺는다. 노벨상 수상자인 에사키 레오나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는 것도 이채롭다. 잡지에 실렸던 걸 옮긴걸까?

부록은 「도쿄대 노트 베스트 컬렉션」(東大ノート傑作選)이라는 제목으로 여러가지 노트 사진들이 실려있다. 4장 이후는 잡지라고 해도 될만큼 내용이 상당히 화려하다. 아니 이 책 자체의 비주얼이 상당히 화려하다. 보통은 국내 번역되면서 판형이 커지고 더 화려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이 책은 반대로 느껴질 정도다.

체계화 시키기 어려운 노트법이라는 주제를 패턴별 통계 같은 걸로 유형화해 적용해 논리적으로 정리한 것이 놀랍다. 또 미래의 발전방향까지 제시하는 것도 대단하다.

직전에 본 책이 김현구님의 책이라서 자꾸 비교를 하면서 읽게 되었는데, 김현구님의 책은 체계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또 김현구님의 책에서는 선배에게 빌린 책도 오려서 노트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물론 이것은 의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확실히 복사해서 붙이라는 말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전제하고 있는 체계는 역시 일본의 입시 체계를 반영하고 있는 거 같다. 대부분 수업을 요약 정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노트의 세계는 그렇게 제한적이지 않을 것이다. 후반에 다양한 사용예를 충분히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동경대라는 것도 입시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것이겠지만 제국대학의 수업이 교수의 수업을 암기하는 것이 기본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노트법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토대 스타일의 노트법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책에 나오기도 한다.

고쿠요의 「도트를 넣은 괘선 노트」(ドット入り罫線ノート) 역시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큰 편리함으로 다가오지 않는 거 같다. 한국어 뿐만 아니라 중국어도 이렇게 세로줄을 맞추면 편리할 거 같은데, 중국쪽에서도 사용자가 적은걸 보면 뭔가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하는 거 같다. 오히려 세이에스 같은 방안지를 쓰는건 로마자를 쓰는 문화권이다. 구조적인 글쓰기와 관련이 있는걸까?

일본 사람들이 가로줄 노트도 세로 쓰기로 사용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