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독서

『채식의 배신』(2009)

kabbala 2018.04.05 12:41

채식에 대한 반대 논거를 제시하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집어들었는데, 물론 그런 책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더 심오한 성찰을 담고 있다.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가. 세상은 어떤게 변화시킬수 있는가가 오히려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어판도 그렇고 영어판도 마치 채식주의자를 논박하는 책인듯한 홍보 문구를 보여주지만, 이 책은 쉽게 분류하기 어려운 성질의 책이며, 굳이 나누자면 본인의 환경운동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주장하는 책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마치 저자가 채식주의자들을 배신하는듯한 홍보문구도 보이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보는게 좋을 것 같다. 채식주의자가 이 책을 배제하고 읽지 않거나 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그보다는 기존의 운동들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오히려 너무 과한 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

기본적인 관점은 농업은 환경 파괴가 매우 심하므로 이를 피해야 하고, 이를 피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기 위해선 가축과의 공생과 동물성 비료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채식주의자들이 식물은 자신의 식탁에까지 어떻게 올라오는지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의식적으로 무시하였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본다.(그러고보면 우리 주변에서 유행하는 무슨무슨주의라는 것들은 오히려 깊이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또한 인간은 육식을 통해 영양을 섭취했을때 건강하므로 큰 순환의 일원이며, 표토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 젊은 나 자신에게 말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가 너는 비둘기 한 떼를 기르면서 그들의 분뇨를 밭에 뿌리고 그들의 시체를 딸기 넝쿨과 사과나무 사이에 묻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울 것이다. 슬퍼서가 아니라 그 성스러운 작업을 잘 수행했다는 안도감 때문에. 그것으로 너는 순환의 원을 닫고 마음을 열 것이다. 닭과 오리, 거위, 뿔닭도 기를 것이다. 그들은 곤충과 벌레를 잡아먹고, 너는 새가 낳은 알, 고기, 과일을 먹을 것이다. 네가 기르는 동물은 너를 받아들이고 너에게 와서 도움을 구하고 네 품에 안길 것이다. 그리고 너는 그들 모두를 사랑할 것이다. 너희는, 새, 과실수, 인간, 흙을 포함한 너희 모두는 먹고 먹힐 것이다. 하늘에서 재를 뿌리는 것은 불법이니 너는 이 문구를 유언장에 남길 것이다. 내 차례가 되면 내 재를 뿌려 다오. 딸이 넝쿨과 사과나무에게 나를 먹여 다오.’

I wish I could go back ten years and tell my younger self: the day will come when you have a flock of pigeons, and you'll spread their manure and bury their dead among the berries and apples. And you'll cry when you do it, but not just because it's sad. Because it's holy and it's been done well. You've closed the circle, and it will open your heart. You'll have chickens, too, and ducks, geese, guineas. They'll eat the bugs. You'll eat the fruit, the eggs, the meat. They'll accept you—come to you for help and for cuddle sessions—and you'll love them. And you'll eat, all of you, birds, berries, humans, soil, and be eaten. Since sky burials are illegal, it'll be in your will: scatter my ashes when it's my turn, feed the berries and the apples.

10년 전 내게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됐을까? 아니면 고기를 먹고 생명을 죽이는 존재가 된다는 말을 듣고 은총으로 향한 길고도 무거운 길에 아무런 이정표도 새기지 못하게 됐다는 생각으로 충격을 받았을까? 내게 말해 주고 싶다. 너는 딸기를 먹을 것이다. 너무도 완벽에 가까운 그 딸기를 하나하나 입에 넣을 때마다 우주의 본질을 만나고 용서와 회개를 뛰어넘는 영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 딸기의 즙을 한 모금 삼킬 때마다 너는 태어난 본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새콤하면서도 달콤하고, 다른 생명의 죽음을 딛고 자라고, 계절에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이 생명력 가득한 과실과 너만 존재한다.

Would it have helped to hear that, or would the horror at what I would become—eater of meat, murderer—leave no room for blaze marks on the long, heavy path to grace? I want to tell myself: you will eat strawberries so full each one is an epiphany, every bite a communion, well beyond forgiveness and redemption. Each taste will bring you home. That is the only fruit worth eating, tart as well as sweet, plump with life that grows from death, that blooms and ripens in its season.

저자의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과 거기서 시작한 텃밭 가꾸기에서 이러한 종교적 성찰을 얻어내는 점이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류가 곡물의 엑소르핀(exorphin. 책에는 엑소핀으로 번역.)에 중독되어 농경을 한다는 주장처럼 그렇지않아도 급진적인 기존의 주장들에 주관적인 해석을 가하고 극단적인 운동의 형태로 표현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그런데 저자는 카페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듯 하다.) 저자가 운동가로서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새로운 깨달음 역시 운동가로서 생각할수 밖에 없는 거 같다.

  • 우리 사회가 거의 완벽하리만큼 서구화되고 있지만, 그래도 서구인들의 자연을 대하는 관점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도 인간과 가축, 곡물과의 관계 설정을 꼭 해야 하는지 좀 어색하다.
  • 지구에게는 어떤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일까? 다른 행성들처럼 얼음에 덮혀있거나 유독가스가 가득한 것을 지구가 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지구 자체를 너무 쉽게 우리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 농업경제의 중요성을 그동안 잊고 있었던거 같다. 국가의 흥망과 인류의 발전이 농업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워낙 농업과 떨어져있다보니 그 중요성을 자주 잊는거 같다. ‘총, 균, 쇠’보다 농업이 더 근원적인 내용 아닌가.
  •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콩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 저자의 종교적 주장들은 인도 종교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서구의 자연주의 전통과도 연결되어 있는 듯 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한 느낌이다. breatharian(호흡주의자로 번역)이 널리 퍼져 있는 것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물론 우리에게는 익숙한 개념이다. 그야말로 미국스러운 복잡함인 듯하다.
  • 원제: The Vegetarian Myth: Food, Justice and Sustainability
  • 저자 홈페이지: http://www.lierrekeith.com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