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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본 데즈카 오사무 작품 워스트 10에 넣을거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연재된 1968년 전후의 작품들을 읽어봐야 이 작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스토리 진행도 그렇고 설정도 너무 개연성이 없다. 게다가 지금까지 컬트적인 인기가 있는 『도로로』 조기 완결 이유 중 하나가 이 작품 연재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니 더욱 아쉽다.
  • 모든 것을 최초로 시도했다는 데즈카 오사무 답게 이후 만화에서 봤던 장면들의 시초가 이 작품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 부분도 꽤 있다. 이토 준지 만화에서 본듯한 회전하는 하늘의 이미지, 드래곤볼에서 나오는 가사 상태로 이동하는 구형 캡슐, 영화 원티드의 탄도가 휘는 사격술 등. 심지어 스타워즈의 데스스타 같은 것도 나온다.
  • 그러나 헐리우드 영화, 특히 서부 영화를 차용한 듯한 부분이 많고, 무엇보다 이 작품 자체가 『사이보그 009』의 카피나 마찬가지라는 점은 단점이다. 심지어 노만 레인저 대원수도 사이보그 009와 마찬가지로 9명이다.
  • 나는 일본 만화를 볼 때 주인공이 어떻게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가 주의깊게 보는데, 이 작품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어려울 정도로 스토리가 중구난방이다. 부모 얘기하면 흥분하는 주인공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는 짧은 애도 후에 일상적인 활동을 한다.
  • 작중에 나오는 북위 1도 13분 동경 102도 5분은 수마트라섬인데 아마 연재중에는 밀림이었을 거 같다. 그런데 그곳을 안내하는 안내인들의 정체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특히 마지막의 해골에서 다시 살아나는 안내인은 인상깊은데 어떤 연유로 그렇게 된 것인지 설명이 없다.
  • 작품 제목이자 왕자의 이름인 ‘노만’(ノーマン)이 한국어로는 잘 이해가 안되는데, 서구 번역처럼 Prince Norman 비슷하게 하는게 의미 전달에 더 좋을 거 같다. 이를테면 노르만 왕자라던가.
  • 이 작품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데즈카 오사무의 전쟁에 대한 인식이다. 여러 국가들이 관련된 전쟁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며, 동맹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같은 인식이 은연중에 드러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작품들에선 이런 요소들을 의식적으로 숨긴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그리고 1968년은 68혁명으로 유명한 시기인데 이러한 시대적 조류가 의도적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될 정도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작품 스토리만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작화를 비롯한 작품 자체가 복고를 의도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60년안보투쟁이 70년안보투쟁으로 이어지고 당시 만화들에도 사회의 어두운 면이 반영되는 경향이었는데 이것을 벗어나려고 했다고 한다.
  • 적으로 등장하는 게르단 성인에 대한 정보도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적게 나오는데, 각양각색의 우주인이 있는데 게르단 성인의 외모만 혐오하는 것도 이상하다. 미지의 적에 대한 공포를 주기 위한 연출일수도 있겠지만, 전체 설정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만 다른 은하계에서 갑자기 왔다던가 하는 설정이 있던것도 아니고 이미 오랜시간 상호 관계를 맺으며 공존해왔던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무조건 무섭기만한 파충류형 외계인이라는 설정도 데즈카 오사무가 창안한 것일까? 한번 조사해봐야 겠다. 이전작인 마그마 대사에서도 파충류가 괴물 우주인의 전형으로 나온다.
  • 1969년 아폴로 11호 달 착륙 직전에 이 작품이 나온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당시 소련과 미국의 달탐사 계획에 대해 대중들에게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저자 후기에 따르면 마지막회 작업 중에 소련의 달탐사 우주선 발사가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하며, 소유즈 우주선을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 그려넣었다. 그런데 루나 몇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아 조기 완결되었다. 작가는 이것이 SF 쟝르를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서라고 생각하는 듯 하지만 역시 작품의 완성도 문제와 무엇보다 사회의 조류에서 떨어져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의 조류에 반발하고 싶다면 그 반발 자체를 작품에서 어필해서 독자에게 동떨어진 느낌을 주지 않아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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