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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kabbala 2017.12.19 22:17

1장

일본 사회의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이 책에서뿐만 아니라 저자의 다른 글에서도 날카롭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왜 한국 사회에는 이러한 지식인들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감상을 보기가 힘들까하는 생각도 자동적으로 든다. 사회 전체를 조망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므로 능력있는 사람들은 겸손하게 자기 전문 분야에서만 활동하기 때문일까. 반면 교만하게 채찍질하는 책들은 많은 거 같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응책은 다른 채널도 준비해서 충격에 대비하자는 것. 뒤에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다른 채널을 준비하는 방법 중 유력한 것이 독서이다. 특히 고전은 긴 역사 속에 일어난 일들을 보여주므로 현재의 어려움을 넘길 수 있는 지혜를 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일—시고토(仕事(しごと)). 이 개념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데, 옮긴이의 말에 약간의 설명이 나온다. 2010년 부터 방영된 NHK의 仕事学のすすめ를 통해 仕事学(しごとがく)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알려지면서 과거와 바뀐 직업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증대했다. 저자는 2012년 5월 이 방송에 출연했다. 이 책의 원제 역시 逆境からの仕事学이다. 그러나 이 책이 그 방송의 내용을 옮긴 것인지는 모르겠다.—에 대한 관점은 사회에 대한 입장권이라는 것,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 또한 ‘나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통로라는 것.

억지로 조금 삐딱하게 보면 저자의 직업관에 수직적인 문제가 빠져있는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승진을 못하다거나 실적 압박이 있다거나 하면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이 역시 어쩌면 저자의 인생이 일반적인 회사원들과는 달랐기 때문에 생긴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장

저자의 과거 경험에 대한 서술. 저자가 다른 글에서도 본인의 경험을 자주 언급하기 때문에 익숙했는데, 이 책에서의 내용은 조금 더 심층적인 거 같다. 청소년기 자신의 모습과 그 변화 과정이 적혀있는데, 특히 어느날 거울을 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그런 어렸을적 경험을 강하게 기억한다는 것에서 저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 문학을 읽다보면 우리보다 그러한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정확한 판단은 아닐 것이다.

이 자기고백은 상당히 감동적이다. 실제로 눈물이 찔끔 나오려고 하는걸 참았다. 그러나 재일교포(이 책에서는 주로 자이니치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어느 말을 사용할 것인가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거 같다.)로서 장훈(張本勲(はりもといさお))에 대한 동경, 재일교포로서 취업의 어려움, 오랜 강사 생활 등의 경험이 일반적인 구직자들의 경험과는 좀 거리가 있는거 같다.

저자가 개신교 신자임을 이 글을 통해서 처음 알게되었는데, 그간 저자의 글에서 느꼈던 약간의 거리감의 한 부분이 이 종교 때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음 장에서 읽을 책으로 성서를 추천하기도 한다.

3장

추천 도서 목록. 빅터 프랑클의 『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 『로빈슨 크루소』,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저자는 나쓰메 소세키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다. 또한 저자는 이 작품을 동경(東京)을 묘사한 첫번째 책으로 꼽기도 하는데, 동경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다.),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카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논어』, 『성서』, 케인스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갤브레이스의 『대폭락 1929』.

추천도서들이 전반적으로 일반적인 처세술이나 자기계발서처럼 흐른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저자가 추천한 책들의 목록은 책 뒤표지에 적혀 있으므로 목록을 보고 싶은 사람은 책의 뒤표지를 참고하면 될 것이다.

여기에 신문 2개 정도(일본신문+영자신문 또는 중앙지+지방지) 읽기, 고전과 신서(新書) 섞어서 읽기 등을 주문하는데, 양이 좀 과중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거기다가 전공 분야의 고전은 날 잡아서 천천히 반복해서 읽기를 권한다.

4장

4장은 완전히 자기계발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장이 책 소개였다면 4장은 역사속의 리더 소개이다. 벤저민 플랭클린, 이시바시 단잔(일본의 정치가), 혼다 소이치로(일본의 경영자), 스티브 잡스, 김대중(내용이 짧아 한국인을 꼭 포함시켜 구색을 맞추려고 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사실 이 책에 자이니치라는 말은 많이 나오지만 한국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일본사회를 논하는, 일본인을 위한 책이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저자는 김대중에 관한 책도 썼고, 그 책의 제목 ‘반걸음만 앞서가라’가 이 단락의 주요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고르바초프. 소설 속의 인물들도 언급된다. 야마모토 슈고로의 『전나무는 남았다』, 시바 료타로의 『산마루』().

많이 아쉽다. 아무래도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인지 언급된 인물들에 대한 정보가 깊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자기계발서들에 더욱 자세히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은 인물들이므로 다른 책들을 보는 것이 더 유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어

머리말과 1장, 2장에서의 문제 제기들은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겠으나, 구체적인 각론인 3, 4장은 단순한 책소개, 간단한 경영자 소개 정도로 끝맺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책이 비교적 짧은 편이기 때문에 굳이 나눌 필요는 없겠으나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은 1장 혹은 2장 정도에서 멈추는 것도 한번 고려해볼만한 일일 거 같다.

또한 이 책의 주제를 거칠게 요약하면 ‘책을 많이 읽어서 어려운 시대를 살아남자’일텐데, 과연 어려운 시대에 마음편하게 독서할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이정도 독서량(저자 기준으로 월평균 10권)을 커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직업적으로 성공했거나 인격이 높은 경지에 있는것 아닐까. 나름 좋게 포장을 했지만 이 책이 길을 읽은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줄 거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독서를 통해 더 깊은 지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어려운 책이 서점에서 많이 팔리는 것에 놀랐다고 했고, 이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아닐까 추측했지만, 그런 실용적인 이유보다 더 깊이 있는 사고를 하고 더 넓고 깊게 알기 위해 공부를 하려는 사람이 늘어난것 아닌가 하는게 내 생각이다. 사람들의 능력이 서로 비슷해져버렸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이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나 정보교환의 장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다음에 읽을 책

저자의 다른 책들을 더 읽고 싶어졌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저자는 한국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나 마찬가지라서 번역서가 많다. 우선 『재일 강상중』(在日)을 읽어보고 싶다. 이 책과 제목이 비슷한 『仕事力』도 궁금하고, 『도쿄 산책자』(トーキョー・ストレンジャー)도 재미있어 보인다. 아마 이 쪽이 저자의 전공과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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