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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몸이 원하는 밥, 조식』

kabbala 2017.09.10 16:35
  • 조식(粗食)은 한자 뜻대로 풀이하면 ‘조촐하고 거친 식사’다.
    그러나 이 말의 진짜 의미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우리의 일상식’이다.
    현미밥에 된장국, 김치만 있어도 밥맛이 꿀맛 같았던, 그때의 소박한 식생활이다. (5쪽)
  • 여기서 ‘된장국’과 ‘김치’는 물론 잘못된 번역이다. 미소시루(みそしる), 즉 일본식 된장국과 쓰케모노(つけもの), 즉 일본식 채소절임이라고 적어야 오해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이 요리, 그것도 각 지역 요리에 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는 굉장히 큰 오역이라고 생각한다.
  • ‘조식’(粗食(そしょく)) 역시 한국어에 없는 말이라 이해가 굉장히 어렵다. 옮긴이의 주장대로 ‘소식’(素食)으로 옮기는게 더 정확할거 같다. 저자의 다른 책을 ‘초라한 밥상’으로 번역한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참고할 만할 거 같다.
  • ‘조식’이라는 말은 한자를 병기해 주지 않으면 얼른 의미가 와 닿지 않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어휘다. 현재는 영어의 vegetable diet의 의미에 가까운 ‘채식’이라는 말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우리 식의 표현인 ‘소밥’ 혹은 ‘소식(素食)’이라는 말 또한 일반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옮긴이의 글, 190쪽)
  • 일본인이 식생활에 곤란을 겪게 된 커다란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전후 영양 교육을 꼽을 수 있다. 특히 1960년대 무렵 전개된 ‘영양 개선 캠페인’이 일본인의 식생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이영양 개선 캠페인은 유명한 말들을 남겼다.
      “밥은 남겨도 좋지만 반찬은 다 먹을 것.”
      “일본인에게는 단백질이 부족하다.”
      “일본인은 너무 짜게 먹는다.”
      “일본 음식은 칼슘이 부족하다.”
      이러한 네 가지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깊이 인식되었는지, 지금도 그것을 ‘신앙’처럼 받드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것을 정리하면, 전후의 영양 교육은 곧 ‘일본 음식은 좋지 않다. 식생활을 서구형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서양인들은 약간의 빵과 많은 양의 유제품, 고기, 채소를 먹는 반면, 가난한 일본인은 밥과 빈약한 반찬만 먹기 때문에, 더 이상 그래서는 서양인에게 뒤쳐진다는 발상에서 ‘밥은 남겨도 좋으니, 반찬은 모두 먹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단백질이 부족하다”라는 것 역시 ‘서구인에 비해서’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것이다. 서구인은 고기나 유제품을 듬뿍 먹지만, 이에 비해 일본인 동물성 식품 섭취량이 너무 적다는 것인데, 일본인에게 있어 실제로 적은지 검증한 후 그렇게 말한 것은 물론 아니다. (58~59쪽)
  • 이렇게 이어져 온 영양 교육의 배경에는 미국의 밀 전략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적인 대풍작으로, 미국 정부는 대량의 밀을 떠안고 있었다. 미국은 창고에 가득 쌓인 밀을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일본을 표적으로 삼았다. 패전국인 일본은 밀을 사라는 미국의 요청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밀 수출은 시작되었다. (60~61쪽)
  • 1960년대는 일본과 교류가 빈번하지도 않았을텐데 우리와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 이러한 주장들에 대한 과학적, 역사적 근거는 사실 불충분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   야마나시[山梨] 현의 유즈리하라[棡原]라는 곳에서는 1960년대에 영양사나 보건부(保健婦)들이 호토(일본식 밀빵의 일종.)만들기 현장으로 나가 영양 강습회라는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지도를 했다.
      “호토는 그 재료가 밀가루와 물, 그리고 소금뿐이어서 단백질이 부족합니다. 칼슘도 모자랍니다. 그러니 호토를 반죽할 때는 그 안에 탈지 분유를 넣으세요.”
      탈지 분유를 넣으면 칼슘과 단백질이 보충되어 이상적인 호토가 만들어진다면서 마을 사람들을 ‘지도’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어디를 둘러봐도 탈지 분유를 넣어서 호토 반죽을 하는 사람은 없으며, 어느 곳에서도 탈지 분유를 넣은 호토를 팔지 않는다. 이것이 정착되지 않은 것은 호토와 탈지 분유가 도무지 맛궁합이 맞지 않았기에 그랬을 테지만, 당시에는 탈지 분유를 넣는 것이 좋다고 주장되었다.
      이러한 영양 지도가 이루어질 때 내걸린 화려한 깃발은 ‘과학적’이라는 것이었다. 이 화려한 깃발이 나부끼면 사람들은 그 아래 몸을 엎드렸던 것이다. (62~63쪽)
  • 그런 기묘한 일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알고 보면 먹거리에 관해 이런저런 궁리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은 그럴 일도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건강해지고 싶다, 가족들을 건강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오히려 이런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67쪽)
  • 요컨대 영양학자들이 주장해 온 것은 “달걀은 먹된 단백질만 취하고, 콜레스테롤은 빼시오”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바꿔 말하면, “말린 멸치를 먹들 때에는 뼈만 취하고 껍질은 남기시오”라는 식의 ‘지도’를 해온 셈이다. (69쪽)
  • … 균형을 잡으라고 한다면 상당히 정확한 지침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가치관이 없는 균형은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하루에 30가지 품목을 균형 있게 먹을 것’하는 말은 귀집으면 ‘밥을 줄일 것’이라는 말과 같다. (73쪽)
  • 밀가루에는 국산과 수입산이 있는데, 이들은 성질이 크게 다르다. 국산 밀가루는 우동, 만두, 소면 등을 만드는 데 많이 쓰이며, 물을 좋아한다. 국산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특히 다 구워졌을 때 말랑말랑하다. 이는 밀가루가 수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수입 밀가루는 기름을 좋아한다. 수입 밀가루로 만들어지는 것으로는 빵, 파스타, 라면, 피자, 부침개, 케이크, 쿠키, 스낵 등이 있는데, 이들에는 전부 기름이 들어간다. (75~76쪽)
  • 수입 밀가루에는 기름이나 설탕을 좋아하는 성질과 더불어 더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수입 밀가루는 국산 어패류나 국산 채소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빵이나 파스타에는 무도, 토란도, 우엉도 맞지 않는다. 빵을 먹으면서 꽁치 구이와 무즙을 먹는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빵과 어울리는 생선이라고 하면 기껏해야 참치 통조림 정도이며, 조리 방법도 튀기거나 구워서 화이트 소스, 마요네즈를 곁들이는 등 기름이나 유제품이 듬뿍 들어간다. (76~77쪽)
  • 그 마을에서 우리가 보게 된 것은, 70~80대 노인들은 정정하고 건강한 데 비해, 40~50대의 한창 일할 나이의 중년 세대가 병에 걸려 있는 현상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지역의 순회 검진을 맡고 있는 고모리[古守] 병원 원장인 고모리 씨는 이 지역 사람들의 건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마을에는 메이지 때 출생한 노부모는 아주 건강한데, 다이쇼[大正] 출생이나 쇼와[昭和] 한 자리 연도에 출생한 중년은 성인병으로 급사하거나 병에 걸려 일을 못 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를 두고 무슨 징벌이 내려서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96~97쪽)
  • 1978년 장수촌으로 소개된 유즈리하라에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 최근에도 기대수명 역전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기도 해서 이채롭게 들린다.
  • 책 내용에 구체적인 요리 지침 같은게 거의 없다. 몇몇 아이디어를 던져주긴 하지만 우리와 일본 환경이 너무 달라서 적용이 어렵다.
  • ‘조식’(粗食(そしょく))이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보고 어느정도 직관적인 이해를 갖게 된거 같다.
  • 원제: 「粗食」は生きること(講談社, 2001)
  • 책 앞부분에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추천사가 꽤 많은 분량(15쪽) 실려있어서 본문에 몰입할 시간을 뺏는거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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