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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과 중국고전

『한문대강』

kabbala 2017.01.27 15:50
  • 1971년에 나온 책을 이제서야 본다.
  • 확실히 옛 사람들이 뜻이 크다. 지금은 오히려 이렇게 종합적인 책을 출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거 같다. 이 복간판 말고 1971년판 책을 구비해 두면 좋을 거 같다.
  • 한문 배우려면 사서삼경 보라는 이야기만 들었지 ‘한문법’을 체계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 한문도 언어학적 입장에서 외국어로 연구를 해야 하는 언어이고, 그렇게 해야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거 같다. 나부터도 한문을 익숙한 문장이 아닌 외국어라고 생각하고 한문을 봐야 할 거 같다.
  • 한문은 문어(文語)인데다 2천년 넘게 구어(口語)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하여서 연구가 쉽진 않을 것이다. 구어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 한문법이라는게 우리나라에서 연구되었는가는 의문이다. 이 책에서 종합한 통용되는 한문 읽는 요령 정도만 있었던 거 같다.
  • 반복되는 예문이 많고 인용이 틀린 부분도 있는 걸 봐서 아마 저자가 암기하고 있던 문장을 예문으로 사용한 거 같다. 역시 옛날에 공부하시던 분들은 암기를 많이 하셨던 거 같다. 그리고 틀린 예문을 복간판의 편집자가 수정하지 않은 걸 보면 여기에도 어떤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 저자가 아무래도 일제 때 젊은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다. ‘국체’(國體) 같은 말을 우리 문화를 설명하는데 자연스럽게 쓴다.
  • 일본어 토 읽는 방법을 간략하게 설명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구체적으로 배우질 못해서 답답했던 것을 풀 수가 있었다. 표기는 글자 뒤에 하고 일이삼, 상중하, 갑을병, 천지인 순서로 바깥 문장이다. レ는 연사이다.(1부 5장 한문훈독법)
  • 한글 토에도 일본의 ‘レ’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 표시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표시가 오히려 문자를 나누는 거 같아서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讀—書’라고 표시를 하면 두 글자를 띄어서 읽으라는 의미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일본 표기의 영향을 받아서 쓰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 저자는 일본의 한문 연구가 더 ‘과학적’인 거 같다고 의견을 피력했는데, 우리보다 더 세밀하게 글자를 나누어서 토를 달기 때문인 거 같다. 우리는 좀더 원문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했던거 같다. 어쩌면 중국에 더 가깝기 때문에 그런 교육을 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미묘한 차이가 한쪽에서는 소라이(徂徠)를 만들게 된 걸까? 한국어와 일본어의 구조가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에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 영어 문장을 이용해서 한문법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채롭다.
  • 2부 해석편에서 주요 고전들을 소개하고 또 말미에는 연습문제를 수록했다. 마치 영문법책을 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실제 연습을 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적고, 문장들이 길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앞에서 읽은 것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 3부 한시편에서 한시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과 작법에 대해 소개했는데, 내용이 너무 소략해서 아쉽다. 그러고보면 한시에 대해 참고할만한 책도 본 적이 없다. 저자 분이 역시 예전에 배우신 분이라서 실제로 한시를 많이 지으신 느낌이 든다. 요즘은 이런 연습을 한 사람이 드문 거 같다.
  • 인터넷에서 헌책을 검색해보니 구입은 어렵지 않은 거 같다, 가격이 문제지. 그런데 인터넷에 있는 것은 대부분 1972년에 통문관에서 나온 ‘수정판’을 재인쇄 한 것들이었다. 이 ‘복간판’은 1971년 초판을 기준으로 만들어서 차이가 있다. 왜 1972년판을 참조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 3부 13장에서 영시(英詩)의 운율을 설명한다. 한시(漢詩)와의 비교와 이해를 돕기 위해 넣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상호 비교를 한 것은 없다. 서양 학문으로 전통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성공적인 경우가 많지 않은 거 같다.
  • 부록 3에서 한국어에서 평성이 장음(長音)이 되고 상성과 거성이 단음(短音), 입성은 어떻게 해도 되는 중간이라고 설명한다. 흥미로운 주장이지만 실제 한국어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를들어 ‘대한민국’은 ‘大’가 평성이므로 ‘대—한민국’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일본에서 근대에 새롭게 만들어진 한자 조어들을 전통적인 우리 한자 말로 인식하고 있다.
  • 이런 대작을 출판된지 45년이 넘어서야 접했다는 것이 아쉽다. 한자를 교육과정에 넣네마네 다투기보다 이런 한문 개론서나 문법서를 지금 쓰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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