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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2016년 합중국 대통령 선거

kabbala 2016.11.09 17:22

1.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 사람들이 지구 반대편 나라의 표심(票心)을 어느정도 느끼고 있었다는게 참 신기하다. 2008년 오바마 때만 하더라도 꽤 멀게 느껴졌었는데 느낌이 다르다.

이유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우선 합중국의 경제가 우리와 밀접하다는 걸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일 거 같다.

둘째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의 미디어들은 아무리 빨리 전달한다고 해도 일종의 결과 통보였던 반면, 인터넷은 정리되어 있지 않은 불확실한 정보이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 현실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것이다. 인터넷의 소통망이 그만큼 발전한 것일 수도 있다.

셋째는 뒤에 다시 말하겠지만 합중국 주류 언론의 이미지 메이킹의 영향일 수도 있다. 트럼프에 대한 조소가 보도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친근하게 느낀 것일 수도 있다.

2.

내가 느꼈던 표심은 합중국 국민들이 변화를 원한다는 것이다.

합중국은 경제 위기가 있긴 했지만 지속적인 발전을 해왔기 때문에 체제 자체에 대한 변화 욕구는 매우 적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뭔가 크게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대다수 국민들이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바마 같은 경우도 변화를 상징하였으나, 체제 변화 정도는 아니고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복지의 확대 정도에 의미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구분은 미묘한 것이기 때문에 만약 이번 선거에 오바마나 샌더스가 후보로 나왔더라면 트럼프의 우위를 지금처럼 쉽게 점치기 어려웠으리라고 본다.

3.

합중국의 이런 상황을 더 크게 본다면 2000년대 이후 서유럽의 우익 정당 성장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합중국과 서유럽은 좀 차이가 있는데, 서유럽이 좌우의 경쟁과 토론이었다면 합중국은 기득권에 대한 실망감이 강하게 작용하는 거 같다. 합중국에 서유럽처럼 좌우가 따로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매파건 비둘기파건 국민들이 이들 모두를 기득권으로 받아들이는 거 같다.

4.

예전에는 공업의 상징이었던 5대호 연안의 디트로이트 같은 도시의 몰락도 관련이 있다. 미시건 같은 곳은 1990년대 이후 계속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이었으나 이번엔 민주당을 찍지 않았다.

국가 정책으로 도시가 발전하면 친정부적인 성향을 띠지만, 정책이 바뀌면 그 주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갖게 된다. 자신이 인구를 늘린 어제의 우군이 오늘은 적이 되는 것.

5.

트럼프가 선거 기간 중 밝혀졌던 힐러리의 탈법행위들을 처벌해주기 바라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아마 낮을 것이다.

트럼프의 공약들 역시 실제로 시행되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특출난 정책이 권력자의 독단으로 시행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는게 건강한 사회일 수도 있다. 아마 기존의 공화당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한반도 관련 정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정치 신인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미 1990년대부터 민주당, 공화당, 로스 페로 정당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다녔던 인물이다. 어설픈 신인 정치인이 아니고, 기분 따라 정책을 정하는 독재자도 아닐 것이다.

6.

이번 선거에서 문화적인 면들이 많이 작동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그런 사소한 이유로 유권자들이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유권자들 역시 큰 명분이 있을 때 선택을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문화적인 운동들은 무관심한 외부인들에게 사소하고 말 뿐인 것으로 인식된다. 심지어 그런 ‘옳은 말’들이 그놈이 그놈인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특히 합중국 같은 경우는 사실상 민주당과 공화당이 50:50으로 백중세를 이루고 있다. 어느 한쪽이 대승을 했다고 말하는 경우도 51:49 같은 경우로, 정책에 대한 양당 지지자들의 이해도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http://www.mrctv.org/blog/mrcs-dont-believe-liberal-media-campaign-taking-over-rnc-cleveland

7.

대한민국의 언론은 왜 힐러리를 옹호하고 트럼프를 조롱했는지도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합중국 주류 언론의 논지를 그대로 쫓아가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약소국의 입장에선 좀더 객관적인 분석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사람들이야 그렇게 놀리다가도 당선자 확정되면 얼굴 바꾸고 아부를 떨어도 되지만, 우리는 남따라서 웃다가 바보되는 것이니까.

현재 한국에 이런 외교적 사안들에 대한 분석을 믿고 볼 수 있는 언론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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