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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삼위일체론과 양태론

kabbala 2016.09.25 07:13

우리가 일반적으로 삼위일체론(Trinitas)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예를 들어 성부=성자=성령 같은 것은 삼위일체론이 아니라 양태론(modalismus)다.

삼위일체론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가상의 이론이기 때문에, 신이 하나이고 때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여준다는 양태론이 우리에게 더 친숙할 수 밖에 없다.

초기 기독교에서도 삼위일체론보다 양태론이 우세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삼위일체론이 정쟁(政爭)을 통해 정설로 확립된 이후에는, 양태론을 주장하는 단체들은 바른 길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단, 정설로 확립되기 이전에 갈라진 속칭 단성론 교회들은 그러하지 않다.

왜 더 자연스러운 이론인 양태론을 선택하는 것이 문제에 빠지기 쉬운 것이 되었는지 그 메커니즘을 한번 생각해봤다.

  • 양태론 자체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 이론을 인간이나 자연에 동일하게 적용하기 쉽다. 특히 삼분설과 결합할 경우 삼위일체를 인간에게 적용하여 신인합일적 사상이 도출되거나, 영혼육이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을 갖기 쉽다.
  • 그리고 인간도 기독교 신과 같은 특성이 있다고 믿게 되고, 결국 윤리적인 문제를 인간이 초월한다는 관점을 갖게 될 수도 있다.
  • 또한 신이 상황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발현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시대에 새로운 선지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다.
  • 신이 다른 모습으로 현재에 기적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
  •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천국에 대한 태도에도 나타난다. 인간도 결국 신적인 요소를 발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천국이 이 지상에서 이루어진다고 보거나
  • 천국이 현실과 매우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나 상하관계가 천국에서도 유지된다고 믿을 수 있다.
  • 양태론의 또다른 단점은 신과 예수의 관계 설정에 모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설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널리 알려진 것으로 가현설(Docetismus)이 있는데, 쉽게 말하면 예수는 환상이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양태론이 받아들이기 쉬운 자연스러운 이론이기 때문에 다른 이론에 쉽게 적용할 수 있고, 거기서 현세적이며 교주 중심적이며 종말론적인 종교가 탄생되기 쉬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삼위일체론은 기독교 신의 유일성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인간이나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삼위일체론을 다른 대상에 적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럼 단성론 교회들은 왜 이런 문제가 없었던 걸까? 그건 아마도 그 조직이 가지고 있는 전통이 강해서 삼위일체론을 벗어났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막아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삼위일체론이 기독교가 확장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은, 조직을 강하게 제어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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