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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과 중국고전

맹자와 수리학

kabbala 2014.08.05 10:25
『맹자』를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수리학(數理學)이 언급된다. 500년마다 성인이 나타난다느니, 5세대 동안 자취가 남는다느니.

『논어』에서는 이런 흔적을 찾기 힘들어서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는데, 즉 100년 남짓한 시간 사이에 수리학이나 음양론 같은 것들이 아주 상식으로 자리잡은 것. 오히려 추연(鄒衍)이 후대 사람이다.

그런데 맹자의 수리학은 서구나 인도의 수리학과 다른 점이 있는데, 그건 안 맞아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당장에 500년마다 성인이 나오는게 하늘의 이친데, 700년이 지나도 안 나왔다는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한다.

수리학은 숫자라서 꼭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사실 그런게 잘 맞을 리는 없다. 인류가 종말을 맞더래도 그게 서기 1000년 2000년 천 단위로 끊어서 올 리가 없지 않은가.

중국 사람들은 수리학을 발전시키면서 한편으론 전혀 안 맞을수도 있다는 경험적인 사실 또한 받아들인, 모순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숫자가 잘 안 맞으니까 아예 계량하기 어려운 음양오행설이 나중에 주류가 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 역시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출세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운이 좋은 사람은 별로 한것도 없이 호강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국의 철학.

기독교나 인도식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인과가 정확하지 않은데 어떻게 사회 질서가 잡히겠냐고 물을 법도 하지만, 그걸 넘어서 마법처럼 개인의 양심을 중시하는 학풍을 이룬 것이 중국.

기독교가 인도는 개종시키지 못했다고도 하는데, 어쩌면 중국 문화권도 여기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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