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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무쇠 후라이팬 사용 소감

kabbala 2014.04.18 08:58
무쇠 후라이팬을 1년 반 정도 사용했다.

1. 브랜드별 품질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짜피 쇳덩어리라서 그게 그거고, 거기에 기름을 덧입히는 거라서 또 그게 그거다.

그러나 비싼 제품은 뭔가 재료도 좋고 더 잘만들었을 거 같긴 하다. 무쇠가 갑자기 깨지거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믿을만한 브랜드를 선택할 필요는 있다.

사실 브랜드보다는 용도에 따른 모양에 따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예를 들자면 운틴가마는 평이 좋은 편이지만 손잡이 있는 후라이팬은 판매하지 않고, 미국 롯지 역시 유명하지만 중국요리용 웍이나 일본 전골요리용 냄비는 잘 안 만든다. 일본 이와츄도 유명하지만 빵 굽는데 쓰는 제품은 잘 만들지 않는다.

2. 단점은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대부분 무쇠 프라이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면 그냥 안 쓰는게 좋다. 테프론 코팅 잘 되어 있는 최신 후라이팬이 쓰기 훨씬 좋다. 관리하는데 시간이 더 들어가므로 특히 자취 하는 사람들은 안 쓰는게 좋다.

3. 장점은… 사실 없다고 보면 된다. 아래에 나열한 장점도 상대적으로 조금 좋다는 것이지, 전체적으로는 테프론 코팅한 최신 후라이팬이 더 좋다.

(1) 환경문제에 민감한 사람에게 좋다. 무쇠라는게 제조 과정에서 공해 물질을 많이 배출하지 않고, 무엇보다 닦을 때 세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안 쓰는 정도가 아니라 닿으면 망한다.) 이쪽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써볼만 하다.

(2) 열의 변화에 민감하고, 보온이 되는 특성 때문에 일부 요리에는 유리하다. 무쇠 제품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도 그사람들이 먹는 요리와 관련이 없지 않은 거 같다.

반대로 얘기하면 한국 요리에서는 무쇠 후라이팬 사용법이 아직 발전하지 않아서, 연구를 해 가면서 써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요리를 위해서는 뚜껑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좋다. 무쇠 뚜껑까지 쓰려면 불편하니까 유리로 된 뚜껑을 써보는 것도 적당한 타협이다.

무쇠 뚜껑 관리하기가 매우 귀찮고 어렵다. 국 끓여놓고 뚜껑 덮어놨다 녹 나는 수가 있을 정도다. 특히 손잡이를 안쪽에서 나사로 박은 제품은 나사 부분에 녹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비싼 제품도 이렇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3) 내구성이 좋다. 테프론 코팅된 최신 후라이팬은 코팅이 벗겨지면 버려야 한다. 근데 이 코팅이 수십년 가는 것이 아니다. 저가 제품 중에는 험하게 사용하면 1년만 지나도 못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후라이팬 사용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코팅에 상처를 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무쇠 후라이팬은 평소에 사용하기는 불편하지만, 관리만 잘 하면 100년을 쓸 수 있다. 그리고 충격에는 약하지만 뒤집개에 긁힌 상처 같은 건 기름칠만 새로 하면 고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요리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나, 학교 실습 시간에 테프론 후라이팬이 아닌 무쇠 후라이팬을 쓰면 좋을 거 같다. 학교 입장에서도 식용유만 새로 사오면 교보재를 몇십년 쓸 수 있다.

무쇠 후라이팬의 교육적인 효과가 또 있는데, 테프론 제품보다 열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테프론 제품은 코팅이 좋아서 불의 세기를 어떻게 하던 대충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무쇠 후라이팬을 쓰면 불의 세기를 조절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걸 배울 수도(;) 있다.

(4) 과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이것도 장점인지는 모르겠는데, 과거 요리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왜냐면 예전에 후라이팬이 다 무쇠였으니까, 지금과는 다른 방법으로 조리를 했을테고, 결과물도 당연히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쇠 후라이팬을 쓰게 된 후로, 서부 영화를 무서워서 잘 못 보게 됐다. 영화 보면 간혹 코믹한 장면 중에 후라이팬으로 머리를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과거에는 다 무쇠 후라이팬이었기 때문에, 쇠몽둥이로 머리를 때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엄청나게 무서운 장면들이었던 셈이다.

4. 스뎅 후라이팬과 비교해서…

현 시점에서 무쇠 후라이팬의 경쟁자는 스뎅 후라이팬이라고 할 수 있다. 둘다 테프론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부들의 선택지가 갈리는 거 같다.

난 무쇠 후라이팬 쓰기 전에, 스뎅 후라이팬을 썼는데… 적응하는데 실패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스뎅 후라이팬은 무쇠 후라이팬보다 관용도가 매우 좁다.

쉽게 설명하면 무쇠 후라이팬은 관리가 어렵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막 쓸 수 있는 반면, 스뎅 후라이팬은 꽤 정교하게 시간과 불의 세기를 조절해야 만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예열 같은 경우도 무쇠 후라이팬은 대충 해도 되고, 물이나 기름 튀기는 거로 판단할 수도 있고, 깜박 잊고 불을 오래 켜놔도 어짜피 무쇠라서 뜨거워지기만 할 뿐 큰 문제가 없는데, 스뎅 후라이팬은 예열을 잘못하면 실패 가능성이 높고, 불을 오래 켜놓으면 후라이팬 자체가 타버린다.

재료 자체도, 무쇠도 품질 나쁜 제품이 있지만, 그래도 어짜피 쇳덩어리에 기름으로 덮는 거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데, 스뎅은 편차가 크고 구조도 보통 두겹 이상으로 되어있다.

사용법을 잘 모르는 주부들과 업체간의 갈등을 소비자 고발 프로에서 몇번 다뤄서 호감도가 떨어진 거 같기도 하다. 마침 그때 스뎅 후라이팬을 연상시키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기꾼을 인터넷에서 본 거 같은 느낌도 들고.

그리고 무쇠와 스뎅 후라이팬은 특성도 약간 차이가 있다. 스뎅 후라이팬은 깔끔하고 깨끗하게 재료를 굽는 느낌이라면, 무쇠는 약간 수더분하게 덥히는 화덕 느낌 또는 강하게 데우는 화로 느낌.

p.s 이글 쓰면서 인터넷 검색해보니 파란색 일반 수세미로 무쇠 후라이팬 닦는걸 추천하는 사람이 많은데, 물론 가격 싸고 효과 좋긴 한데, 코팅도 막 벗겨내서 자주 쓰면 좋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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