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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체적인 구성은 저자가 포스트닥 시절을 보냈던 뉴욕의 록펠러 연구소, 보스턴의 하버드 연구소에서의 경험과 저자의 생물학에 대한 관점을 섞어서 풀어낸 것으로 일종의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황우석 사태 때 주위 사람들이 생물학 실험실을 그냥 자기들이 경험한 자연과학이나 전산 실험실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생물학 관련 연구소는 다른 과학이나 공학 분야와는 사뭇 다르다.

우선 실험자를 기다리지 않는 생물이란 실험체를 24시간 관리해야 하므로, 관리의 엄밀함과 시간 배분, 실험자의 기술 같은 것이 다른 실험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반면 실험 결과는 딱 떨어지지 않으므로 또 이에 대한 해석과 접근이 다른 분야와 다를 수 밖에 없다.

시중에는 주로 이론 물리 관련 연구나 기계의 발명, 컴퓨터 산업에 대한 책이 주를 이루므로 생물학의 현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원하는 사람은 한번 읽어볼 만도 할 것이다.

2.

그러나 책에 실린 작가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우선 이 책 자체가 작가의 그간 작업을 정리하는 분위기라서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다. 각론을 다룬 작가의 다른 책을 보는 게 이해에는 더 도움이 될 거 같다.

두번째로는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미지의 영역에 대한 관점을 드러낼 때, 굉장히 미숙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느 경제학자가 과학 책을 몇 권 보고 '과학은 경제로군요!'라고 주장한다면 재미있는 주장이긴 하지만, 학술적인 엄밀함은 많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고, 나아가 대중에게 유익한 설명을 제공할 가능성은 적다.

이 책에서 언급한 주요 근거인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와 루돌프 쇤하이머(Rudolf Schönheimer, 1898~1941)는 대가들의 지적 모험이라고 본다. 즉 개인에겐 흥미로운 모험이지만 학자나 대중이 쫓을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사실 이 둘은 이미 대체의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이 생물의 구조에 대해 뭔가 새로운 시사점을 주는 거 같긴 하지만, 어찌보면 참신한 것이 아니고, 어떤 식으로 정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서 현존하는 학문 체계나 일반 대중의 건강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거 같진 않다.

저자의 주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마도 『동적평형』(2009), 『동적평형2』(2011)을 봐야  알 수 있을 거 같다.(근데 큰 기대는 안 된다.) 이 책에 나온 짧은 이야기만으로는 어떤 주장을 하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 하겠다.

책 제목에서 기대한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도 별로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부제인 '생명이란 무엇인가'가 오히려 책 내용에 더 근접하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봐도 만족스러운 내용은 아니다. 이 책이 일본에서 엄청난 베스트셀러 였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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