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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 다닐 때 추억 한 토막. 어느 날 아침부터 수업시간마다 교사들이 모두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서울대학생 이야기를 하며 울분을 토한다. 근데 이 사람들이 어제까지만 해도 노동 운동을 비롯한 진보적 성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고, 대학생들 데모해서 최루탄 냄새 난다고 욕하던 분들이었다. 몇몇은 전두환에게 훌륭한 면이 있다고 무려 수업 시간에 이야기하던 사람들.

이번 총선을 보고서야 이런 멘탈리티를 가진 사람들을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사람들은 자기 기준이 없이 그저 여론에 민감할 뿐이라는 거. 그러니까 자기 기준에서 감정적으로 정부 또는 반정부(?) 세력이 도를 넘는 악행을 했다고 판단했을 때만 공격을 시작할 뿐이다.(기독교라는 종교가 신자들의 이런 기준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을텐데, 다른 얘기니까 나중에 하자)

당연히 복잡한 정치, 경제, 외교 문제에는 잘 분노하지 않고 자신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대상(예를들자면 서울대학생)의 감정적, 육체적 고통에 민감하다.

2.

속칭 운동권의 뿌리도 이런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자신이 느끼는 현실이 너무 답답해서, 억압받는 타인이 너무 불쌍해서,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사람들.

그러나 이들에게도 역시 어떤 형이상학적인 지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감정적으로 느낀 억압에 반항하지만, 반면 자신의 몸에 익은 보수적인 행위를 하는 데는 자각이 없다.(이들의 상당수가 기독교 신자였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기독교가 어떤 이론 체계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을 위주로 활동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운동권의 주류였던 CA, NL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어떤 좌파적인 지향이나 일상적인 행위에 대한 성찰을 기대할 수 없다. 직원들 야근 시키고 월급 조금 주면서 내가 대학에서 운동할 땐 더 힘들었다며 독려하는 사람들이 그런 무리. 정의감이 없다는 면에서 그 이전 민청학련 세대만도 못하다.

3.

한편의 무리들은 마르크스 주의자들에 대한 반동으로 형이상학을 찾아나서기도 했는데, 그들이 우연찮게 만난 것이 주체사상이다. 그런데 이 주체사상은 어떤 국가의 통치 이념이다. 즉 체제 옹호적인 정신세계로서,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지도 않고 출세를 마다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회의 문제는 외부에서 왔다고 정의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이 제국주의다.

제국주의를 가장 큰 적으로 여기고 혐오하는 것에 비해, 자기 체제의 문제는 찾지 않는다. 자기 부정이 없는 것이다. 상황에 대한 해석도 밖에서 가져오는데, 그것이 조직이다. 즉 자기 생각보다 조직의 결정에 의존적이 되는 것.(여기까지 생각하면 한국의 기업문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직접적으로 연관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같은 시대 같은 장소에서 생겼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 거 같다.)

사실 속칭 PD들도 쏘련에 대해 이런 성향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쏘련이 망하면서 자립적인 사고를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중공과 북한은 쏘련 공산당에 대해 독립적임을 표방한 세력들이 권력을 잡은 것인데, 자국민에 대해서는 사상적 통일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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