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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의 국문학 박사 논문을 단행본으로 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아주 참신한 소재 같다. 이런 식의 통합(?)을 모색하는 것이 앞으로 유망할 듯.

근데 이 글에서 기존 국문학이 확장되거나 연장되었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듬.

- 1장 개관이 너무 허술하다. ‘한글은 파스파 문자를 기초로 했다.’ 이런 식. 차라리 선행 연구들만 살짝 요약하고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면 좋았을 거 같다.

- 컴퓨터와 글꼴 기술 관련 부족함이 눈에 띈다. ‘True Type’ 같은 공식 명칭을 모르고, 자료를 페이지마다 보기 좋게 포토샵으로 임의로 가공했다.

- ‘고딕’, ‘명조’, ‘세리프’, ‘바디’ 같은 글꼴 전문 용어를 분별없이 쓴다. 출판업을 하고 있는 저자가 현업의 감각을 그대로 옮긴 듯.

현대 글꼴의 레퍼런스도 ‘신명조체’, ‘명조체’란 말을 혼용해서 사용하는데, 정확히 어느 회사의 어떤 글꼴을 썼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글꼴이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듯. 컴퓨터가 아닌 활자에서 찾는 게 맞을 거 같기도 하고.

- 저자를 따라 글자를 한글자씩 보니 해례본의 글자가 엄청난 명필로 보인다. 당대의 명필들이 균형감 있게 쓴 글들 같다.

단순히 크게 꽉꽉 채워서 쓴 게 아니라, 요소들의 크기와 모양을 고려해 조절한 것이다.

- 한글 활자체의 변형은 사실 한문 붓글씨의 영향을 받은 거 같다. 붓글씨의 편의를 증대하는 쪽으로 바뀌고, 미학적 관점 역시 붓글씨에서 단련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붓글씨라는 요소를 전혀 무시한 채 각 요소의 위치나 각도 등만 분석하였다.(물론 그것만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붓으로는 네모나 원을 그릴 수 없으므로 평붓이나 도장, 대나무 등을 썼을 거라고 저자는 주장하는데, 조선 시대 서예가들의 테크닉을 생각해보면 보통 붓으로도 충분히 하고 남았을 거라고 본다.

- 조선의 경우 붓글씨로 쓴 것을 목판에 그대로 새기는 경우가 많아, 서양의 활자와 동일하게 생각할 수 없다. 붓글씨와 판화의 관점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미학적인 관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모음의 점이 초성 안으로 들어가 채우는 건(예를 들자면 ‘고’) 분명히 한자의 미감에서 비롯된 것이며, ‘ㅠ’의 아래 점들을 좌우로 벌린 것도 한자 필법의 특성이다.

즉 활자 자체만의 발전이 아니라 붓글씨와 상호 영향을 주며 발전한 것이라 모두를 개괄해야 한다.

- 글씨보다 나무를 판 기술이 좀 떨어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서각을 할 때 일부러 웨이브를 줘서 붓글씨 모양을 살리는 걸 생각해보면 그런 전통 하에 있는 거 같기도 하다.

- 한글 활자체가 생각보다 빨리 변했다. 모음의 점이 사라지는 데는 1년 밖에 안 걸렸다. 반포한 지 채 10년이 안 된 세조 원년(1455)의 을해자(로 찍었으리라 추정되는 책)만 봐도 현대의 쓰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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