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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태극단과 금정굴

kabbala 2011.12.2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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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현에 ‘태극단 사거리’라는 지명이 있다. 지나갈 때마다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얼마전에야 뜻을 알았다.

한국 전쟁과 서울 수복 사이 약 3달간 경의선을 타고 통학하던 학생들을 중심으로 지금의 일산 지역에 비밀 게릴라 조직을 만들어서 북한군을 공격한 ‘태극단’이 결성된 자리를 기념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었다.

태극단은 250여명까지 늘어났으며, 6.25 발발 직후 한국군이 손을 못 쓰던 상황에서 무시못할 전과를 남겼고,(한강, 경의선 등이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다) 45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이들은 남한군이 서울을 되찾자, 무기를 반납하고 많은 사람들이 군인이 되어 이후 전쟁에서도 큰 공을 세운다.

여기까지는 참으로 아름다운 얘기인데,(13세 소년병도 있었지만 그런건 그냥 넘어가자) 문제는 이분들 중의 일부가, 수복 직후 경찰과 함께 민간인 학살에 참여한다. 북한을 조금이라도 도와줬다 싶으면 문자그대로 사돈의 팔촌까지 잡아다가 죽였다.

서울 수복 직후 불안한 정국에서 아무런 법적 절차없이 그야말로 고향 사람들을 ‘살해’한 셈이다. 태극단 사거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건물들이 없다면 한눈에 보였을, 야트막한 황룡산 금정굴에서 2005년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발굴한 유해만 153구다. 이들의 ‘사형’에 대해선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발굴된 77명은 아직 신원을 모른다. 희생자는 대략 500명으로 추산된다.

나는 태극단 사거리를 지날 때 무슨 생각을 해야 할까? 북한의 침략에 맞서 분연히 일어선 중학생들을 앙모해야 할까? 아니면 그들이 머리에 총알을 박아 50년간 쓰러져있었던 이름도 못남긴 고향 사람들을 떠올려야 할까?(300명 이상은 시체도 못 찾았다)

한국전쟁은 참으로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금정굴에서 무고하게 죽은 사람의 후손이 지금 살아있는 소년병의 머리에 총을 들이댄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1950년 여름 석달은 우리를 괴물로 변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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