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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자유의 적들』(2011)

kabbala 2011.12.10 20:29

- 한국 유일의(또 있으면 좀 알려주셔요) 보수(?) 논객(?), 군대 갔다온 사람들의 친구, 전원책 책이 나왔는데 안 볼 수가 있나요. 제가 경제 사정이 안 좋아 도서관에서 빌렸지만 어짜피 변호사인 저자도 (팟캐스트 하는 사람들처럼) 책 장사 하려고 쓴 건 아닐겁니다.

- 저자가 자기의 생각을 토막토막 꼼꼼하게 정리하고, 또 그걸 위해 독서를 했다(고 믿는다. 무슨 책을 읽었는지, 간접 인용인지 직접 인용인지 밝히진 않지만)는 것이 칭찬받을만 하다고 본다. 좌파니 보수니를 떠나서 자기 생각을 이렇게 광범하게 정리한 사람이 별로 없었던 거 같다.

- 나는 또한 이 책에 실린 글이 아주 솔직하다고 본다.(유명한 사람들 이름을 아무런 평가 없이 불러제끼지만, 그정도 잘난체는 충분히 받아들일만하다. 위인들이 거론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뒤에 설명하겠다) 그렇지 않고서는 모순되는 이야기들을 그리 오래 할 수 없었을 거다.

- 보수주의자(정의가 어렵지만 일단 이런 의미로 쓰자)에게 현실은 모순적이다. 이 모순적이란 건 좌파가 현실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화두로 삼는 것과는 다르다. 보수주의자는 있는 그대로의 모순적인 현실을 모순적인 각각의 현실로 받아들인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국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국가의 헌법은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저자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그래서 글 단락들이 서로 논리를 이루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나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畏敬心)을 가진 ‘생명주의자’지만, 육식(肉食)을 포기하지 않는 이기주의자다. 사랑이 미덕임을 늘 자각하고 있지만, 인간에 대한 혐오를 굳이 감추고 싶지 않은 원류(源流) 도덕주의자다. 거기에다 초월적 힘을 믿는 이신론자(理神論者)다. 무엇보다도 혁명을 꿈꾸는 이상주의자다. 보수주의자가 혁명을 꿈꾸다니! 그러니까 나는 ‘모순(矛盾)’이다.
— 서문
- 보수주의자는 모순을 그저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 배후를 캐는 좌파 내지는 지식인들을 배척한다. 보수주의자들은 좌파를 현실을 모르는 ‘몽상가’로 여기고, 혐오한다.

- 그럼 보수주의자들은 무엇을 따르는가? 대세와 현실론을 따르며, 권력과 힘을 따른다. 원리를 창조하는 것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과 위인들의 권위를 따른다.(이 책에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

- 전원책이 다른 보수주의자들과 다른 점은, 국가를 최고 가치로 삼는 국가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재외국민들은 국가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으므로 참정권을 줄 필요가 없다는 식. 그가 군필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이런 생각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점에서 매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다른 보수주의자들과 구분된다. 그러나 내국인에 대한 관점은 같다. 복지를 저주하고 불평등을 옹호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정책을 폈기 때문에 좌파로 분류된다. 히틀러 조차 좌파로 분류된다.(히틀러를 좌파라고 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좀 있던데 관련이 있는 듯)

그래서 라디오방송에서 한미FTA에 대해 자신의 견해는 없고 절차상의 문제와 중우정치를 걱정하는 희한한 관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 국가라는 기준이 있는 그는 다수결도 무시한다. 국가주의는 달콤하지만 독이 있다.

- 이런 종류의 책은, ‘와 국가, 사회, 철학, 역사 없는 분야가 없네, 전원책 짱’ -> ‘전원책은 보수주의자고 좌빨은 무덤으로 가라네’ -> ‘와 나도 보수주의자. 보수주의 만세, 원책이형이 이렇게 말했어’ 식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인터넷 보면 이미 몇명 있는 거 같다… 좌빨 역시 방대한 분량의 책을 보고 권위에 놀라 되는 경우가 있는 거 같다)

전원책이 근성가이라면 이 책의 약점을 보완해서 비슷한 책 한권 더 쓸 거다.

- 계속 보려니까 시간도 아깝고 해서 덮습니다. 대중에게 내놓는 책은 종교 경전이 아닌 다음에는 일관된 주제로 친절하게 끌어가는 게 예의인 거 같습니다. 너무 광범위하게 사상적 기반을 건드리다 보니 저도 읽기 질리고 또 내용의 품질 관리도 안 된 거 같네요. 전원책이 변호사고 하니까 헌법을 화두로 책을 쓰면 좋을 거 같습니다.

- 생각해보니까 전원책의 책이라도 읽으려는 생각을 스스로 하는 자칭 보수가 있다면 그 사람은 훌륭한 것일테죠. 아무튼 이 책에 대한 평을 보면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순수하지만 자기 스스로 공부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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