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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좌파민족주의’

kabbala 2011.10.07 18:45
교과서나 언론에서는 좌우를 무슨 이념대립인 것처럼 다루지만 한국에서 ‘좌파’를 자처하는 사람의 대다수는 보수민족주의자들이고,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매판인 것에 평소 괴리감을 느끼며 자주 고민하는데, 박노자(Влади́мир Ти́хонов)의 블로그에 러시아의 동향과 함께 이에 대한 분석이 올라와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37986

박노자는 러시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정치 단체인 민족볼셰비키당(Национа́л-большеви́стская па́ртия, НБП)도 사회주의적이고 좌파적인 지향과 함께 민족주의적, 국가주의적 성향을 함께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분석을 다음과 같이 하였다:

일언이폐지하자면, 세계 체제 주변부/준주변주로서의 어떤 보편적인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이든 러시아든 투쟁에 나서는 "열혈 분자"들에게는 각각 그 지배층의 세계 자본/미국/일본에의 종속은 수치이자 민중 본위 사회 건설의 주된 장애물로 인식되어집니다. 물론 이 인식 자체가 꼭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 중요한 결함은 세계 체제 중심과 주변부를 망라하는 계급적 연대에 대한 관점의 부족입니다. 이러한 연대가 실행되지 않는다면, 이 위계서열적인 세계체제 전체를 무너뜨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계급 본위의, 계급 연대적인 관점이 부족하고, "국가와 민족"에 대한 비판 의식이 결여돼 있기에, 이 좌파민족주의자들이 본인의 "민족"이 억압의 주체가 되는 경우들에 대해서는 (러시아 제국주의자들의 체첸 독립운동의 말살, 한국 자본에 의한 외국인 노동자의 살인적 착취 등등) 전혀 반성이 없기도 합니다…

쉬운말로 정리하면:
  1. 시야가 좁은 ‘좌파민족주의자’들은 지고한 계급의식을 모릅니다.
  2. 공부를 안 하는 ‘좌파민족주의자’들은 국가나 민족 개념을 비판할 능력도 의지도 없습니다.
평소에 박노자가 민노당을 비판하며 꾸준히 주장하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생각에 좀 부정적인데, 우선 ‘계급의식’이라는 지고지순한 가치를 인간이 감각적으로 느끼고 사고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정적이다. 인류애면 인류애고, 억압받는 민중들의 연대면 연대지 ‘계급의식’이라는 형이상학적인 가치를 꼭 습득해야 한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다. 더욱이 ‘계급혁명’을 인류의 사명으로 받아들일 논리적 이유를 찾기 힘들다. 이건 어디까지나 식자들의 지향아닐까.

또 이런 민족주의적, 국가주의적 독재국가들끼리 반제국주의를 외치며 연대하는 경우도 있다. 즉 민족주의적 연대 역시 가능한 것이다.(물론 독재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두번째로는 좌파민족주의가 출몰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즉 국가적 범위로 착취 당하고 탄압받는 사람들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이 사람들에게는 국가 자체가 극복되어야할 대상이고 민족은 모두 함께 행복해져야하는 공동체이자 조직의 근거일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적은 국가를 착취하는 다른 국가이고, 민족의 이익을 유출하는 사람을 가장 미워한다.

내 생각엔 이들이 박노자의 말처럼 아직 개명하지 못한 좌파가 아니라 자생적인 보수민족주의자들인 거 같다. 그리고 이들이 ‘계급의식’을 갖춘 좌파로 성장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본다. 이들의 좌파적인 정책이나 주장은 오히려 원시적 공산주의에 가까운 것이다.

구라파의 좌파들이 민족주의를 경원하는 것은 그들이 세상의 중심이기 때문이 아니라 유럽 노동운동 역사의 연장선 상에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전통이다. 물론 그런 운동과 사상이 발원한 중심지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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