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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100장면』, 『한국사 편지』로 나름 이 분야 인기 작가인 박은봉이 잘못 알려진 한국 역사의 단편들을 정리한 것.

내용은 목차를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장 「고려 태조 왕건의 성은 ‘왕’씨다?」는 물론 고려 태조 왕건의 성이 ‘왕’씨가 아니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니 역사에 어느정도 상식이 있으신 분은 목차를 우선 훑어보는 것이 좋겠다.

나름 인기 작가라서 그런지 저자의 책은 대부분 어린이 또는 청소년 판으로도 편집되어 나와있다. 이 책도 같은 제목으로 2권으로 된 어린이용 책이 나와있다.(1권은 2008년에, 2권은 2010년에 나왔다. 잘 안 팔리는 듯)

그런데 이 책이 국사 통념의 오개념을 다루는 것이라서 어린이들에게는 별로 권할만하지 않은 거 같다. 시험이란게 사실 통념을 묻는 것 아닌가.

이 책의 장점은 꼭 문서에서 근거를 찾는 것인 거 같다. 20여년 전만 해도 조선왕조실록을 자유롭게 인용하는 논문이 드물었는데, 이제는 인터넷의 매니아들조차 승정원일기는 물론이고 이름 모를 문집까지 쉽게 인용한다.

아마 전산화의 공이 가장 컸을테고, 학계와 사회 자체가 한단계 함께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20여년전엔 역사의 오개념을 다루는 책으로는 비전공자의 표절작 『거꾸로 보는 세계사』 정도가 있었다. 그나마 협소한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거꾸로 읽는 세계사』 표절에 대해선 인터넷의 글들을 참고: http://gerecter.egloos.com/3723540)

어린이들에게 꼭 이 책을 읽히고 싶다면 어린이판이 아닌 원저를 보여주는 것이 자료도 있고 오히려 더 나을 거 같다.

가장 흥미있게 읽은 것은 9장 「현모양처는 조선시대 여성의 이상형이다?」이다. 현모양처라는 개념이 근대에 만들어졌다는 거. 조선은 ‘열녀효부’라는 순종적인 여성을 이상향으로 삼았었다는 거.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간 정확하게 이해를 못 하고 있었다.

‘현모양처’라는 말 자체가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생겼다는 것도 흥미있다. 일본 지배 체계의 특징을 엿볼 수도 있고, 또 이것이 일본의 여성신 숭배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서구보다 빠르다. ‘가정학과’ 역시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봐야 할 거 같다.

또 이런 개념을 이승만, 박정희 정권도 계속 강조했다는 것도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일제 시대를 반복하지 않은 게 별로 없지만)

이렇듯 국사의 통념들은 대략 일제 때에 생겼다.(사실 한국사가 일본에 의해 시작되었다. 역사라는 학문이 친숙하고 오랜 동시에 새로운 학문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이렇게 별로 오래되지 않은 개념들을 전통이라고 주장하며 목숨을 건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주제들이 너무나도 병렬적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읽기가 지겹다는 것이다.(그러고보니 작가의 다른 책들도 병렬적으로 주제를 배열한 경우가 많다) 전체를 아우르는 큰 목표가 있어야 읽어가기가 힘들지 않다.

이 책도 근대화라던가 일제와의 관계 같은 좀더 일반론적인 문제제기를 함께 끌고 갔다면 더 대중적이고 읽기 쉬운 책이 되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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