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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면 돈을 들여 전문가를 고용하던가 아니면 성의를 보이든가 해야 할텐데, 두 전시 모두 그렇지 못 했다.

2.

장 자크 상페는 그림에 조명을 제대로 안 달아서 조명이 안 가는 작품도 있었고, 대부분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의 그림자 때문에 그림을 볼 수 없게 조명이 설치되어 있었다. 게다가 작품이 대부분 흰 종이에 그린 삽화인데 조명은 누루끼리한 걸 설치해서 감상에 무척 방해가 되었다.

스탭들도 가만히 앉아서 관람객을 살피는 게 아니라 어정쩡하게 돌아다니고 자기들끼리 대화하고 작품 막고 서 있고 해서 관람에 방해가 되었다.

인테리어도 교수가 자기 밑에 대학생들 데려다가 인건비 안 들이고 대충 만든 느낌.

누가 기획했는지 모르겠지만 돈 좀 받아 날로 먹은 느낌이다.

3.
 
국제만화예술축제에서는 스탭들이 껌 짝짝 씹고 과자 먹으면서 문자질 하고 있었다. 그럴 거면 그냥 밖에 나가서 노는 게 관람객을 배려하는 걸 거다.

전시물의 일부를 테이블에 올려 두었는데, 일반적인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각도였다.

4.

프랑스어 해석은 왜 일부만 되어 있었는지 답답하다. 사실 그냥 그 그림이 실린 책의 번역을 그대로 옮겨도 될 텐데.

일부 오역도 있었다.(눈에 띄었던 건 ‘역사 책’(livres d'histoire)을 그냥 ‘책’으로 해서 의미 전달이 안 되었던 거) 역순으로 전시한 그림도 있었고.

5.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쌍뻬의 그림들이 아주 보기 좋았다.

미술 전시에 와서 즐겁다는 느낌이 든 건 처음이었던 거 같다. 좋은 그림은 역시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간 보아왔던 전시들은 충분히 즐겁지 않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당장에 건너편에서 진행된 국제만화예술제축제에서는 만족감을 얻을 수 없었다. 뭔가 기술적으로는 현란하지만 그건 그냥 순간이고, 그저 화려할 뿐이기만 한 거 같았다.

국제만화예술축제에 출품된 모든 작품들의 가치를 모아도 쌍뻬 그림 2~3개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제만화예술축제에서 쌍뻬와 맞짱 뜰 한국 대가는 이희재와 박재동일텐데, 훌륭한 예술가들이겠지만 쌍뻬 작품에서 느낄 수 있었던 복합적인 감각과 이미지를 찾을 수 없어서 그들의 작품 역시 일면만 화려하게 그린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6.

예술의 이러한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쌍뻬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글보다 하위에 두는 책의 삽화이지만 그 자체가 자기 스스로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장면이지만 그 속에서 작가(의 것으로 추측되는)의 인생관도 옅볼 수 있었다. 도시 생활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비교, 국외자 같은 것.

자기 자신과 시민들의 삶, 자기가 사는 지역에 대한 애착 같은 게 뭍어 나오는 것도 신기하다.

이희재와 박재동의 작품들을 다시 떠올려보면 그들의 주장은 작품 속에서 녹아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강요하는 프로파간다에 가깝다. 민족에 대한 묘사 역시 자연스럽다기보다는 토착적인 것을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

7.

쌍뻬 그림을 책으로 볼 땐 삽화라서 작게 축소되어 인쇄되었나보다 했는데, 실제로 그림을 작게 그리는 사람이었다. 펜선도 아주 가늘다.

특히 사람이 아주 작다. 커다란 조각상 같은 거 그린 걸 보면 사람을 크게 못 그려서 그런 거 같진 않은데, 아무튼 작고 간략한, 비슷비슷한 이목구비가 어떤 효과를 주는 거 같다. 동양의 산수화에 등장하는 작은 인물들도 떠오른다.

8.

『아야코』, 『돈 드라큐라』 언제 번역되서 나온 거지? 하긴 데즈카 오사무야 말로 골수 오덕들 만 찾는 고전이 된 거 같다.

Games Workshop 원화(워해머)도 몇 개 전시되어 있었다. 만화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은 거 같다;;;

9.


19금 전시실이라는 거 처음봤다. 근데 예술은 이런 규제가 원래 없는 거 아닌가? 예를 들어 19금 장면이 나오는 고전 소설이나 그림 같은 것을 청소년에게서 규제하나? 좀 웃기는 발상이다. (시험범위가 많이 줄어드니 좋긴 할 거다)


*  2010년 12월 21일부터 2011년 3월 20일까지 고양아람누리 미술관과 전시장에서 있었던 전시를 보고 적은 글입니다.
http://www.artgy.or.kr/EH/EH0201V.aspx?showid=0000003117
http://www.artgy.or.kr/EH/EH0201V.aspx?showid=000000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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