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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함바’

kabbala 2011.01.11 18:48

한바(飯場)에도 도모코와 비슷한 관계가 보인다. 한바란 규슈 지방에서는 나야(納屋)라 부르고, 짐을 나르는 인부들 사이에서는 곤조베야(権造部屋)라고 불리며 오야카타를 중심으로 발생한 노동 도급제이다. 한바 역시 오야카타·고가타 관계로 전개되는 근대 노동조직의 전형적인 형태 중 하나이다.

이 한바 제도는 토건·임업·광산·항만노동 등의 현장에서 널리 보였던 제도로, 공통점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법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있는 노동의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많은 점에서 도모코 제도와 유사한 성격을 띠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한바 제도가 노동 도급제라는 사실이다.

한바의 우두머리는 중간 착취자였다. 이 점이 중요하다. 한바의 우두머리는 원청회사에서 일을 받자마자 그 일을 실행할 노동자를 모집하고 실제 작업의 진행과 노동자의 생활관리까지 책임졌다. 원청회사는 임금을 포괄적으로 한바 우두머리에게 지불하기 때문에 한바 우두머리는 노동자를 공급하고 수입의 20% 정도를 자기 호주머니에 넣었다.

또한 하청업자가 다시 하청을 맡기는 과정에서 심각한 중간 착취가 발생했다. 하청하는 과정이 반복되자 임금만으로는 뜯어낼 돈이 부족했기 때문에 착취할 수 있는 다른 수단과 방법을 고안해야 했던 것이다. 과대한 노동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한바 우두머리의 권력으로 노동력의 강도를 높이거나 필요한 노동자 수를 감소기키는 일도 자주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작업관리 현장에는 폭력이 개입되었다.

산간벽지에서 실시되는 토목공사나, 정해진 기간 안에 마무리해야 하는 방대한 양의 하역작업 등을 할 때에는 일인당 노동량이 과중되기 십상이었고, 노동량을 예정일에 맞춰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작업관리에 폭력이 개입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바제도는 이런 중간 착취와 지배종속적인 관계였다. 이 점이 상호구제집단의 원리를 전제로 한 도모코와 다른 점이다. 이런 한바제도에서 발전된 오야분·고분의 관계는 종종 야쿠자와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성장해갔다. 거기에는 상호협동이라는 아름다운 성격과 함께 중간 착취라는 꺼림칙한 성격이 항상 따라붙었다.

실제로 많은 근대 야쿠자가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태어났다. 야마구치구미의 모체인 하역인부집단도, 그리고 같은 하역인부 동료로부터 떨어져 나와 전업 도급업자가 된 경우에도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성격의 단체가 되었다.

— 미야자키 마나부(宮崎学) 지음, 강 우원용 옮김, 『야쿠자, 음지의 권력자들』(ヤクザと日本—近代の無頼)(2008), 93~95쪽.

한국의 노동 문화는 근대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 분명하다. 원산지에서 사라진 풍습이 외형 뿐 아니라 내면까지 충실하게 전승되고 있다.

飯場制度(はんばせいど), 納屋制度(なやせいど)에 대한 연구가 일본에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런 글이 나올 수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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