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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북촌 탐닉』(옥선희, 2009)

kabbala 2010.06.21 02:12

2010년 6월 20일 일요일
요즘 서울 여행(;)을 준비하고 있어서 읽어 보았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특히 가깝고도 멀다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의 한옥촌 북촌이라는 소재를 살렸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다.

그러나 그리 정보가 되지도, 성공적인 글도 되지 못 한 거 같다.

이유는 저자가 지역에 산 기간이 어정쩡하기 때문인 거 같다. 10년이라면 꽤 오랜 세월이지만, 성장기를 보낸 것도 아니고, 지역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은이에게 북촌은 그저 홈 스위트 홈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창밖으로 멋진 인왕선 전경이 보이고,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인왕산 너머로 지는 해를 보다—북촌 서향집」, 28~29쪽)

또 10년이라는 세월을 살았기 때문에 여행객의 강렬한 인상을 갖을 수도, 취재를 나간 기자의 눈으로 사물을 집중적으로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오래 살아 일상화된 것을 어느날 재발견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동네 사람들은 모르는 자기 동네의 아기자기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역시 지역이 저자의 생활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음으로는 영화평론가라는 작가의 직업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주류 영화평론이란 무엇인가? 시크하게 영화를 봐주고 외국 담론을 적당하게 읖조려주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걸 직업적으로 내재화한 사람에게선 자신의 지역에 대해서도 시각적으로 둘러봤을 때 드는 기분좋은 감정 이상의 비평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거기다가 자신의 지역에 대해 외국의 누가 담론을 만들었을 리도 없고.

결국 여기저기 살아봤는데 지금 사는 동네가 나름 풍경이 좋다는 이야기. 이게 끝일 수 밖에 없다. 저녁 노을과 산은 지구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이 지역에서 보는 노을과 산이 왜 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새로운 지평을 열었는지 저자는 인식하지 못한거같고, 물론 설명도 안 하였다.

정보로서도, 너무 미시적으로 개괄하였기 때문인지 어떻게 관광하여야 할 지 감을 잡을 수 없었고. 고택(古宅)에 대한 정보들도 너무나 나열적이란 생각만 들었다. 내 생각엔 이 역시 저자가 지역의 시간적인 확장인 조선이라는 과거에 대해 자신과 연결이 없기 때문인 거 같다. (지은이가 이 지역에서 살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지역의 건축물이 아니라 '도서관'이다) 북촌에 살지 않아도 북촌의 문화 유적이나 조선의 건축물을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이 썼더라면 이런 단순한 소개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읽으면서 좀 의아한 대목도 있었다. 정독도서관에서 (아마도 영화) DVD 대여를 해서 작가가 항의를 했다는 내용. 도서관에서 왜 DVD를 대여하면 안 되나? 책 출판은 땅 파서 하나? 도서관의 일반 영화 DVD 구입을 막는 것이 영화 산업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영화 도서관을 따로 만들어야 될까? 아니 애초에 이건 영화 제작사가 신작 영화 DVD를 언제 출시하느냐의 문제 아닌가? 그리고 그 라이센스를 어떻게 제약하느냐 아닌가? 왜 여기서 따질까? 나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그 바닥의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황홀한 슬픔을 선사하는 벚나무가 있는 곳—정독도서관」, 46~47쪽)


댓글
  • 프로필사진 夢影 트랙백 따라 왔습니다. 그래도 궁에 관한 할머니와의 짤막한 대화 한 토막만은 저도 생각지 못했던 거라 조금 놀랐어요. 뜨내기출신의 10년 넘게 산 사람이라는 애매한 위치가 할머니의 벽을 허물고 또 외지인에 대한 친절함도 갖게 하고 그런 게 아닌가 싶네요. 어찌보면 그게 이 책의 포지션일지도 몰라요. 먼것도 가까운 것도 아닌 거리감.
    하여튼 조선시대의 기억으로서의 북촌은 사실 이미 제가 아주 어릴 적인 20여년 전에도 사라져 있었어요. 남아 있는 것은 일제시대의 잔재들, 산업화 시대의 잔재들이었죠. 그래서 북촌의 한옥이 제대로된 한옥이 아니라면 무어라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저는 그 세월들이 얹어진 것이, 사람들이 살면서 조금씩 손보고 변화시켜온 것이 진짜 북촌의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파트 단지는 한꺼번에 만들거나/부수거나 밖에 없지만 여기는 조금씩 조금씩-인간의 스케일로- 변화해가는 곳이니까요. 뭐 요즘은 하두 많이 부수고 완전히 새로 짓는 집들이 많아서 그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요. 처음 와서 이렇게 길게 남겨 죄송합니다. 책에 대한 거지만 동네에 대한 거기도 해서 반가웠어요.
    2010.06.21 09: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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