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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제주도 여행 1 (2010/04/04 일)

kabbala 2010.04.05 06:25

5박5일 일정으로 급작스럽게 제주도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한국은 휴가 문화가 없다보니 직장인은 언제나 닥쳐서야 여행을 준비할 수 있다.

남들은 2박3일이면 된다는 제주도를 5박5일이나 가게 된 것은 저가 항공여행사 덕분이다. 가장 싼 표 찾아서 예약하고 생각해보니 5박5일이나 되었다. 숙박비가 더 들텐데, 배보다 배꼽이 크다.

아무튼 제주도 노선의 저가 항공사 등장은 큰 축복인 거 같다. 정가로 봐도 기존 대한항공보다 3분의 1이고, 할인 가격은 1만원대에 육박한다. (거기에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이 붙으니 그리 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게 자유경쟁 시장의 축복 아닐까? 한국은 언제나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듯 말하나, 그 속내는 돈많은 사람에게 무조건 복종하라는 의미만 가지고 있다. 돈많은 사람을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 자본주의의 특성임을 고려해보면 이런 사회 분위기는 결국 기본적인 윤리조차 결여된 상명하달의 인간을 찍어낸다.

제주에어, 진에어, 이스타항공이 대표적인데, (부산에서 출발하는 에어부산도 있다) 정가는 서로 비슷하고, 내 느낌으로는 이스타항공의 할인 가격이 가장 싸다. 제주도는 1시간 가량 시간이 걸리는 곳이라서, 서비스나 안전성을 별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난 이정도 거리라면 공항이용료와 세금 등등을 포함해서 9,900원에 입석으로 팔아도 이용하고 싶다. 서울에서 대중교통 타던 실력이면 그정도 쯤이야. 실제로 이 세 항공사의 서비스나 좌석의 편안함은 내가 보기에 기존항공사보다 더 좋다.

이건 제주도 관광객들 뿐 아니라, 제주도 주민에게도 축복이 될 것이다. 싼 가격에 쉽게 육지에 갈 수 있다는 것. 고립된 섬 주민에게 큰 선물 아닐까. 우리나라 벽지에 공항이 좀 많아져서 쉽게 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KTX는 어짜피 예전에도 가기 편했던 경부선만 더 빨라지게 만든 것 아닌가. 오히려 지방 숙박업만 힘들게 만든 것 아닌가.

어렸을 때 김포공항은 모던의 상징이었는데, 지금은 딱 시외버스터미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발권, 보안 검색 등등의 과정 때문에 시외버스터미널보다 이용하기 불편하다. 거기다 공항 자체가 교외에 있어서 강서구 주민 아닌다음에야 가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조금 머리를 쓰면 공항 이용 시간도 단축되고 쉽게 이용할 수 있을텐데.

하늘에서 본 조선반도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 논밭이 보석처럼 빛나고, 무엇보다 중간중간 물들이 굽이굽이 많다. 한국이 물을(해군도) 별볼일 없게 여기지만 한반도는 물의 땅이다. 여기에 공구리를 치겠다는 ㅈㄴㅅㅋ도 있다. (주어 없습니다)

어렸을 때 처음 제주공항에 내렸을 때는 열대 수목을 보면서 이국적인 정취를 느꼈는데, 지금은 공사를 해서 그런지 관광도시가 아니라 제3세계 국가 공항에 온 거 같다. 열대수목도 박정희 생각만 난다. 뭐랄까 관광지로서의 임팩트가 부족하다.

하늘에서 본 제주섬은 손바닥만해서 걸어서도 금방 돌 거 같은데, 공항에서 숙소로 제주도 3분의1을 도는데 1시간 반이 걸린다.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한군데 두지 않고 돌아가며 잡았는데 나름 참신한 시돈거 같다.

숙소는 제주올레 홈페이지에 코스별로 나온 민박 소개를 보고 생각없이 골랐는데, 1코스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었다. 뭔 민박에서 차로 픽업을 해주긴 하는데, 숙소 위치를 지도로 꼭 확인하는 버릇을 들여야겠다. 와서보니 대부분의 숙소가 성산일출봉에 집중되어 있다. (성산일출봉이야말로 오리지널 제주 관광지다)

예정대로 올레 1코스를 돌았다. 올레길은 쉽게 말하면 개인이 만든 하이킹 코스다. 하이킹이라는 말리 요즘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70년대 까지만 해도, 원족, 피크닉 등과 함께 널리 사용되던 말이다. 최근엔 오히려 '트레킹'이라는 전문적인 냄새가 나는 말이 유행하는 듯 한데, 난 하이킹이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올레 1코스 감상은... 그냥 시골길입니다. 제주도 돌담과 잡초처럼 자란 유채꽃 빼면. 아 이거 우리집 근처에도 있는데 같은 느낌. 게다가 1코스 앞에 알오름 등 오름을 오르는 코스가 있어 저같이 체력 약한 사람은 힘듭니다. 거의 등산로입니다.

올레 1코스 중후반부는 그냥 바닷길따라 걷는 겁니다. 2~3시간을 바닷바람 맞으며 걸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없으면 말을 마세요. 얼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가 날짜를 잘못 선택한 거 같아요. 매우 춥고 바다가 그렇게 아름다와 보이는 시절이 아니에요.

덕분에 제가 가지고 있던 네팔 트레킹, 산티아고 같은 소박한 꿈들을 머리에서 지울 수 있었습니다. 올레 1길 급하게 보고 싶으신 분은 바닷가 코스는 안 가셔도 될 거 같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딱 거기까지만 돌고 바닷가에 관광버스 대기시켜 놓은 팀들도 있더군요.

그리고 의외로 여자 혼자 다니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뭐랄까 한국 사회에 퍼져있는 여자 마케팅을 느낄 수도 있었죠. 이게 가능한 이유 중에 하나는 제주도의 게스트 하우스 때문인 거 같습니다. 보통 6인이 함께 자는데, 뒤집어보면 안전한 숙소인 거죠.

여기서 한라산에 대한 감상을 잠깐. 제주도를 돌다보면 한라산을 간혹 바라보게 되는데요. 볼때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때는 그리 높지 않은 포근한 어머니의 느낌인데, 또 어떤 때는 구름에 가려 신비한 영산처럼 보입니다.

가는 길에 민주노총 4.3 관광팀을 봤습니다. 아 어제가 4.3 이었구나. 때맞춰 왔네. 그러고보니 오다가 기독교 선전물을 꽤 보고, 감녕리의 성당은 돌에 예수상을 올려놓아서 기독교의 두꺼운 낯짝을 다시한번 실감한 참이었습니다.

아무튼 예전엔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대체 왜 민노총을 비롯한 주사파는 4.3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걸까요? 우리가 직시해야 할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만.

그리고 올레길 안내는 페인트로 벽에 칠한 화살표인데, 남의 집 담, 심지어 무덤에도 뺑끼칠을 했더군요. 이래도 되나 싶고, 예전에 효성 회장 별장이던가요를 올레길이 지나서 폐쇄한 적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역시 재벌ㅅㅋ들은... 하면서 그 사람들 욕을 했는데, 실제 와서 보니 올레길 코스가 사유지를 통과하는 곳이 제법 있습니다. 아니 이렇게 만들어도 되나 싶어요.

여행지도를 보면 중간중간에 포스트가 있어서 도장도 받고 화장실이나 음료도 살 수 있을 거 같이 보이는데, 그런 거 전연 없습니다. 화장실은 랜덤으로 나오고요. 음료도 성수기 때 할망들이 좌판을 벌이는 거에요. 물 같은 건 가게 보일 때마다 생수 구입해야 하고, 화장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마침 딱 제가 여행한 것과 99% 일치하는 내용의 웹툰이 나왔네요. 저도 진짜 이 내용 그대로 다녔습니다. (숙소까지 일치하네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142910&no=9

아무튼 발도 아프고 해서 제주 여행에 관한 야심찬 생각은 접고, 내일은 문화유적이나 보러 다닐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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