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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가 죽음을 경건히 여기고 고인에게 예의를 다하면, 나라는 저절로 안정된다고 했다.


주(註)들을 보면 대개 ‘민간에 장례와 제사 의례를 보급하라!’로 되어 있는데, 억지로 의식을 보급하면 백성들이 좋아해서 정치가 잘 될까? 아마 그때만 무서워서 조용해지는 거 아닐까?

혹은 나라의 높은 분들이 장례와 제사를 잘 지내면 국민들이 예의바르게 될까? 이기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예를 들어 장관 쯤 되는 사람의 아버지가 운명하셨는데 광화문 네거리에서 상여가 삐까뻔쩍 지나가느라 한낮에 교통통제를 한다면? 제사를 지내는데 호텔을 빌려서 한다면? 별로 좋은 효과를 얻지는 못 할 거다.

아니면 장례를 치를 줄도 모르는 몽매한 백성들을 교화하라는 뜻일까? '유교'를 가가호호 보급하라는 뜻일까?

‘追遠’은 분명히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일텐데, 춘추전국시대 백성들이 조상을 얼마나 멀리 알았을까? 아니면 멀고도 먼 신화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요순이나 주공(!)이라던지. 아무튼 내 생각엔 이런 것은 별로 현실성 없는 제안들인 거 같다. (일본 덴노에게는 아주 현실성있다;;;) 단군상 목이 잘리는 한국에서는 특히나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遠’도 ‘終’처럼 문학적인(?) 표현으로 보자.

논어에 나오는 언명을 보면 권력이 있는 자에게는 구체적인 행동을 제시하곤 하지만, 일반 백성에게는 주로 마음가짐을 이야기한다. 내 생각에 이 구절은 구체적인 행정행위인 거 같다.

난 이 구절을 한국 정부가 꼭 들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용산참사 때 희생자들을 죄인 취급할 것이 아니라 불행한 사고사로 보고 정부 차원에서 장례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했더라면, 공식적인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높은 분들 다니는 교회에서 장례 예배라도 했더라면, 그걸 KBS가 전국에 중계했더라면, 한국 사람 치고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

이름없는 백성들 뿐만 아니다. 전직 대통령 노무현의 장례식을 경복궁 마당에 모여서 자기들끼리 할 게 아니라 광화문 광장에서 삐까뻔쩍하게 치루고 수사를 CSI 불러다 세밀히 했더라면 노무현 지지자들의 한은 없지 않을까? 좌빨들 나와서 데모하는 게 민심이 이탈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인가?

국가가 국민의 죽음을 중하게 여기고, 죽은 사람들의 희생을 제대로 기린다면 나라가 혼란해지고 싶어도 혼란해지기 힘들 것이고, 민심도 정부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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