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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5일 일요일

미국의 대학 초년생을 위한 교양 학습 지침서. 각 주제별로 학문 분야에 대한 적당한 개괄과 처음 접할 때 도움이 될 참고 도서를 추천하고 있다. 영문학이라면 고전은 호메로스, 근대는 세익스피어 같은 식.

각 장의 끝에는 편역자들이 국내 서적을 정리해 두었다. (원작에는 없는 내용) 소개한 것들이 좋은 책들이긴 하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좀 어려울 거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한국에는 초보자를 위한 친절한 개론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한국어로만 무얼 공부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거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든다. (친절한 개론서가 없는 것은 한국이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편역자와 저자의 서문이 인상 깊다. 편역자 서문에서는 근대국가 성립과 공교육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 저자 서문에는 미국의 대학 교육제도와 공부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한 20년 전쯤에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된 것들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나이다.

현재 개편이 진행중인 한국의 대학교육 제도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보여준다. 미국의 대학의 학부에서 자유전공 제도가 있는 것은 교양을 위해서이지만, 한국 대학에서의 자유전공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편역자 서문에 한국에 '자유 교양 대학'(Liberal Arts College, 'Liberal Arts'를 '자유 교양'으로 번역하는 건 좀 생각해 볼 일. 오히려 '인문학' 같은 말이 더 어울릴 수도 있다)와 같은 효과를 주고 싶다는 이야기가 얼핏 나오는데, 나도 그런 곳이 한국에 제발 있었으면 좋겠다. (편역자들에 박사가 많으니 아마 이사람들이 나중에 만들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생각만큼 넓은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영문학(1장), 서양철학, 정치사상(2장), 역사학, 지성사, 과학사(3장), 기독교(4장). 핵심적인 분야를 간추린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이 분야들을 제시하는 것 자체도 큰 정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현실과는 약간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언젠가 편역자들이 모여서 이런 책을 만들지도.)

페미니즘과 동성애 운동에 대해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반면, 기독교 복음주의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 (기독교에 대해 호의적인 것은 기독교 관련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위한 글이기 때문인 거 같다. 페미니즘과 동성애 운동에 거리를 두는 것도 그것이 학문의 지엽적인 면이기 때문인 듯. 반면 세익스피어 찬양은 도가 지나치다.)

또 서문에서 논하기도 하지만, '고전 읽기' 중심으로 책이 구성된 것도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작의 차례는 다음과 같다. 시대 순으로 배열한 것을 번역 과정에서 관계있는 내용끼리 묶였다. 몇몇부분은 다른 책에서 옮겨온 거 같다.
  1. 고전-번역 고전문학
  2. 철학-고대철학
  3. 종교-기독교 성서
  4. 종교-1500년 이전의 기독교 사상
  5. 정치학-근대 정치 철학
  6. 영문학-세익스피어
  7. 역사학-1865년 이전의 미국 역사
  8. 역사학-19세기 유럽 지성사
  9. 시리즈 소개

[이 책을 읽으려는 분께] 확실히 핵심적인 교양의 길잡이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대학 초년생 뿐만 아니라 똑똑한 중고등학생이나 일반인에게도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제시된 목록의 책을 혼자서 독습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

p.s 이 책의 영문판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 http://www.moxzi.com/folio/collegeguide/surviving/index.html
ISI 라는 곳이 공익성을 가지고 운영되는 곳인 거 같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시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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