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6일 금요일 도서관에서 빌림
비코가 다치바나 다카시 책에 여러번 언급되길래 빌려봤다. 다행히 번역판이 한국에 있었다.
2009년 1월 17일 토요일
이 책은 잠바티스타 비코(Giambattista(Giovanni Battista) Vico, 1668~1744)의 초기 저작인 『De Antiquissima Italorum Sapientia』(원제 De Antiquissima Italorum Sapientia ex Linguae Originibus Eruenda Librir Tres, 1710)을 번역한 것이다. 비코의 대표작인 『La Scienza Nuova』(새로운 학문, 원제 Principi di una Scienza Nuova intorno alla comune natura delle nazioni, 1725)과 주장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De antiquissima Italorum sapientia』는 본래 형이상학(Liber metaphysicus), 자연학(Liber Physicus), 윤리학(Liber moralis) 3권으로 계획되었으나, 첫번째 책인 형이상학 편만 출간되었고, 자연학은 『De aequilibrio corporis animantis』(1713)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는 이야기가 자서전에 실려있으나 현재 유실되었다. 윤리학편은 집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De antiquissima Italorum sapientia』는 형이상학 편만을 가리키는 말이 된다.
번역의 저본으로 삼은 것은 우에무라 다다오(上村忠男, 1941~, 현 東京外国語大学 명예교수)의 『イタリア人の太古の知恵』(法政大学出版局, 1988)이다. 해제와 주 역시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우에무라는 같은 해에 『ヴィーコの懐疑』(みすず書房, 1988)라는 자신의 책도 냈다)
옮긴이(이원두, 1938~)의 경력(한국일보, 경향신문 기자, 일본 특파원, 추리소설 작가, 현 파이낸셜뉴스 주필)을 생각해 볼 때, 철학이나 역사 연구자거나 중세 이태리어에 능통하신 분일 확률은 적을 거 같고, 일본어판을 충실히 번역하신 거 같다. 이런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번역어가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이 아닐 수도 있고, (딜타이(Wilhelm Dilthey)를 '디르타이'라고 적는 경우는 처음봤다. 내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이런 단어의 혼란으로 내용을 잘못 이해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학계의 논점을 번역에 제대로 드러내지 못 할 수도 있다. (동문선 출판사의 인문학 책들이 대체로 전문 번역가들에 의해 의욕적으로 번역되었지만 국내 학계와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는 거 같다.)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좀 고민스러운데, 우선 너무 어렵다. 이 책이 당시의 사상적 논쟁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당시 사상계의 맥락과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데, 나에게는 없다. 기독교에 대한 언급들도 짐작은 가지만 정확한 교리는 모르겠다. (그래서 서양사나 서양철학을 공부하려면 기독교를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나 보다. 그러나 그건 교회에 나가야 한다거나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와는 전연 다른 것이다. 공부하는데 꼭 필요하다며 성경 찍어주는 놈들은 자기는 공부해 본 적도 없으면서 전도좀 해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박홍규(1952~, 서울대 철학과 교수였던 박홍규 아님. 『법은 무죄인가』 썼던 사람)의 『처음으로 돌아가라 — 비코의 생애와 사상』(필맥, 2005)라는 책이 있던데, 아무래도 앞뒤 설명이 나올테니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비코가 법학자가 되고 싶어했다는 말이 해제에 있긴 함)
이사야 벌린의 『비코와 헤르더』(이종흡, 강성호 옮김, 대우학술총서, 민음사, 1997)라는 책도 번역되어 있었다. 옮긴이 이종흡의 『마술 과학 인문학 — 유럽 지적 담론의 지형』(지영사, 1999)에도 비코에 대한 설명이 있는 듯. (아마도 데카르드 등과 대비해서)
이상현의 박사학위 논문인 『新理想主義歷史理論』(大完圖書出版社, 1985)에서도 비코를 다루는 듯. 비코는 역사학이랑도 관련이 되나보다.
또 이 책이 철학책이라고 하기에는 좀 논리가 부앙부앙하게 느껴지고 (이건 내가 이런 식의 글에 익숙하지 못 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가능성이 높긴 하다. 잘 몰라서 그렇게 보이는 거.) 직관이나 감정에 의존하는 면이 있다. (시체말로 하면 민족주의 같은 거.) 발표 직후 '서술이 지나치게 간결할 뿐 아니라 저자가 생각하는 형이상학 이념을 제시하는 데 머물고 있을 뿐 체계적인 전개가 부족하다'는 서평이 나오기도 했던 걸 봐서는 내 생각만도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대략(;;;) 정리하면서 읽어보려고 한다. 이 책이 의외로 철학보다 민족주의의 예시로 사용될 수도 있을 거 같은 예감도 든다.
서언
(1) 많은 라틴어의 말들은 학문적 이론에서 파생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융성했을 당시 배우지 못 한 사람들도 진공에의 혐오, 자연의 반감과 호감, 사체액의 성질 등에 관한 표현을 사용하였고, 아리스토텔리스의 『형이상학』이 전래되기 전에는 존재, 본질, 실체, 우유성 등의 말은 사용되지 않았다.
(2) 고대 로마인들은 농경과 군사 외에는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라틴어의 많은 어휘들은 학식이 풍부한 다른 민족, 특히 이오니아인과 에트루리아인에게서 받아들인 것이다.
(3) 그러므로 라틴어의 어원을 탐구한다면 고대 이탈리아인의 지혜를 탐구할 수 있다. (이오니아와 에트루리아는 이탈리아 땅에 있었다) 이는 언어를 연구해 자신의 철학을 조직하려는 기존의 연구와는 다른 것이며, 어떤 학파에도 구속됨이 없어야 한다.
(숫자는 내가 붙인 것) 서언부터 뭔가 좀 감각적(?)이다. 후에 많은 문인들에게 영감을 줄 만도 한 듯.
우리는 은연 중에 로마=이탈리아라고 생각하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꼭 그렇지만도 않았었던 듯. 그리고 이오니아(Ionia)가 이탈리아였나? 지리감각도 잘 모르겠음.
이렇게 정리하면서 읽으면 어느 세월에 다 읽을 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럴 가치가 있는 책인지도 미지수. 오히려 『새로운 학문』을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본문은 대충 짧게 요약할 예정.
2009년 1월 23일 금요일
지난 일주일간 이 책좀 읽어보려고 노렸했는데 책이 무척 안 읽힌다.
우선 내가 중세 이탈리아와 철학을 잘 모른다. 번역도 일어판을 옮긴 것이라 그런지 자연스러운 느낌이 안 들고. (한국에 시오노 나나미 빠가 많으니 한 5년 있으면 중세 이태리 전문가들이 번역한 글들이 많아질 거 같아 자못 기대가 된다) 『새로운 학문』 역시 같은 번역자가 같은 일본어 번역자의 책을 옮긴 것이던데, 이것도 아무래도 쉽게 읽진 못할 거 같다.
지금 생각으로는 비코를 데카르트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해 안 간다. (데카르트를 까서 그런가?) 재조명 받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그 시대에 인물이 없었나? 자연과학을 철학이나 신학과 연결시키는 것도 지금 내 입장에서는 매우 불량스럽게 보이고, 게다가 이게 비코가 처음 한 일도 아니지 않는가?
신에게 있어서 진리는 마루의 입체상, 다시 말하면 조소(彫塑)와 같으며, 인간의 그것은 일종의 도안, 그리고 평면상이다. 따라서 회화(繪畵)와 같다고 볼 수 있다. (26쪽)
기독교 신자나 신비주의자라면 읽으면서 믿음을 다질 수 있을 듯.
2009년 1월 24일 토요일
비코는 데카르트를 독단론자로 본다.
'사람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가 아닌가, 살아 있는가 아닌가, 점령 공간이 넓어지고 있는가 아닌가, 그리고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가 아닌가에조차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 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들은 우리를 속일 수 있는 교활한 악마를 끌어들인다. 이는 마치 키케로의 『아카데미학파 철학』에서 스토아 학파가 같은 것을 확증하기 위한 책략으로 신이 보내 준 꿈을 이용한 것과 전혀 다름이 없는 것이다. (35쪽, 1장 2절)
데카르트가 '방법적 회의'를 했어도 형이상학을 추구한 사람이 맞다. 데카르트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가 당시에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비코는 형이상학을 자연과학과 수학, 논리학 등을 이용해 증명한다. 이 역시 당시에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모르겠다. 일반적인 내용인지, 신선한 주장인지.
유개념은 무한해야 하므로 신이 존재한다는 논증. (2장) 점은 더이상 분해될 수 없는 개념이므로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논증, '자라나는' 형상도 있다는 주장, 신은 일반적인 논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특정한 것을 만들 때 신비하고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 그리고 인간은 구상력(構想力, ingenium)을 가지고 있어서 아름다운 조화를 가진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
생각나는대로 정리했는데,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내게 형이상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거 같다. 책의 문장만 보고 내용을 이해하고 평가하기 거의 불가능한 듯.
그리고 고대 이탈리아어(=라틴어=로마어)에서 이런 증거를 찾았다고 하는데, 내가 라틴어를 모르기도 하지만 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이 책 전체에서 라틴어 운운하는 부분을 모두 없애도 진행에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어떤 맥락에서 그가 고대 이탈리아를 강조했는지 글만 봐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읽고나서 보니 의외로 내용이 짧다. 아무래도 『새로운 학문』까지 봐야 무슨 얘기를 하는지 좀 알거 같고, 그 이전에 해석서를 읽는 것이 좋을 거 같다. 아무래도 벌린 책이 좋을 거 같다.
비코의 주장에 대해 쉽게 정리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놀랍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