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유동닉 금지
이번 대선은 누구를 찍어야할지 결정하기 힘들었다. 집권당은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민노당은 내부의 문제가 밖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이야기는 구태여 거론할 필요가 없으리라 본다.

이런 복잡한 상황은 '선거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까지 강제하게 만들었다. 올해 '사표(死票)'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 그건 다른 사람들도 선거 자체, 선거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간혹 문제의 답이 마감이 가까와져야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번 선거도 선거날이 가까와지면서 머리에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우선 현재 선거판 자체가 매우 걱정스럽다. 올해 선거는 공약이나 정책 자체가 부재하다. 말이라도 했던 예전 공약(空約)들이 그립다. 난 한국이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잘 살게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일본, 중국 눈치 살펴서 알아서 움직여야 하고, 북한과의 관계 속에서 나름 살 길을 모색해야 하는 복잡다단한 상황이다. 그 와중에서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갖춰야할 터인데, 아무런 후보도 이런 식의 정책방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기업인이 정치를 잘 할 수 있으리라 믿는 것도 문제다. 돈벌기와 다스리기(돈걷기와 돈쓰기?)가 같은가? 같은 기업이라도 영업과 홍보, 기획, 재무의 전문성은 다르지 않은가? CEO는 이 모든 업무에 대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슈퍼맨인가? 즉 전문적인 정치인이 부재하다는 것. 양김(김대중, 김영삼) 욕을 십수년 했지만, 그나마 그들은 대통령, 즉 정치인이되고자 연구했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전문적인 정치인이었고, 정치능력(대부분은 조직에서 나온거지만)도 있었다.

또 모 후보가 50억 썼느니 70억 썼느니 하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예전 대선이 있는 해보다 체감하는 경기부양효과가 미미했고, 홍보물 전단이나 유세의 수단도 좀 싸보였다. 즉 대선후보들 자체가 자금조달 능력이 이전보다 떨어진다는 것. 이건 좋은 일일 수도 있겠다.

워낙에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보니 후보에 대한 평가도 쉽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니 그것도 대충 감이 잡힌다. 정동영, 권영길, 문국현, 허경영, 이회창 후보의 정책은 어떻게든 세금좀 걷어서 서민에게 나누어주겠다는 것. (물론 강약의 차이는 있다.) 정리하면 '마을 앞 다리를 놔 드리겠습니다'.

그러고보면 이명박의 정책이 좀 특이한 편인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관치경제하겠습니다.' 물론 정동영, 이회창도 겹친다. 문국현도 이런 가닥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자기만 뇌물 안받는다고 관치경제가 아닌걸까? (정확히 말하면 역관치경제거나 관산합일 정도 될거다.)

이런 무정책 선거이다보니 금민의 유럽식 사민주의 얘기가 좀 이성적으로 들리는 편인데, 금민이 입에 담고 있는 건 정책이 아니라, 유럽 정치 이야기 들은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상식적인 아이디어를 그냥 한국 눈치보면서 되뇌이는 거다. 유시민도 떠들던 내용이다. (물론 유시민은 떠들기만 하고 자신이 공직에 있을때 그에 합당한 정책을 시행하진 않았다)

마지막으로 특정 후보의 독주가 확정적인 가운데, 과연 어떤 후보를 찍어야 하는가의 문제. 특정 후보가 대세니까 그사람을 찍겠다는 말은 시험 전날에도 여전히 이해가 안되고.

그렇다고 무조건 소신대로 찍으라는 이야기도 하기 힘들다. 전략적인 투표는 사실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남의 말을 따를 필요는 없다. 민주-반민주의 구도가 사라진지 오래다. 그리고 소신대로 찍었던 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숫자로 남는다.

선거유세 과정은 투표자들을 각각의 방에 나눈다. 우리 사회에서는 공개된 정보보다는 사적
으로 취득한 정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므로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 거기다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 혹은 비토하는 경향이 있다면 상승 효과에 쉽게 휩쓸린다. 이것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기독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를 읽(다 말)어서 그런지 우리에게 이식된 제도 자체의 역사성에 대한 의문도 강하게 든다. 또 사법권에 대한 불신도 구체화되었다. 한나라당 당원의 국회 공격은 아마 역사책에 남게 될 것이다.

(쓰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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