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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철학사전』(2002-)을 이런 맥락에서 출판했던 것이었군요. 표지의 류영모 사진은 아마도 연전에 나온 『다석과 함께 여는 우리말 철학』(2003)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

기대했던 내용과 많이 차이가 나서 좀 당황스럽다.

서구의 보편성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역사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수긍하나, 대표적 예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들며 '이 땅의 어린아이들을 몽땅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환자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식민행위인지 깨달아야 한다'는 호통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의학 이론에 국적이 무슨 상관?)

서구는 이성만을, 동양은 무위를 추구하였다는 단순한 비교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은이의 전공인 하이데거가 이미 이러한 상황을 예언하였다는 언급 자체가 이 비교의 문제점을 말하는거 아닌가? 신과학이나 정신수양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다를게 없다.

철학하는 방법론으로 든 것은, 우리말의 뜻이나 한글의 모양, 한자의 뜻이나 모양, 구성원리에서 개념을 유추하는 방법인데, 아마도 유영모의 방법을 옮긴 거 같다. 그러나 유영모와는 큰 차이가 있는데, 유영모가 '예수'를 '여기의 이 재주와 능력'으로 해석했을 때는 기존의 서양관념, 한자의 해석등을 모두 벗어나 우리가 쓰는 말과 느낌을 논의의 시작으로 삼은 데 반해, 이기상이 예로 든 '시간'이 '때 사이'라는 식의 전형적인 한자 해석은 서양 철학 개념을 그 개념의 번역어를 통해 재해석하는 것으로, 오히려 서양의 개념을 오해하거나, 그 개념의 지역적 변주곡을 생산할 뿐이다.

『다석과 함께 여는 우리말 철학』는 읽어봐야할지 고민이 된다. 오히려 유영모의 글을 직접 읽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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